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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급의 대단위 택지지구면서도 분양시장 침체로 악전고투하던 경기 화성시 향남지구가 최근 계약률을 부쩍 끌어올리며 “역시 공공 택지지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청약 가점제 시행을 앞두고 불이익이 예상되는 실수요자들이 공공 택지지구 아파트에 대한 ‘선취’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말부터 향남지구 동시분양에 참여한 11개 주택업체들은 경기침체와 휴가철 비수기 등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70~90% 이상의 계약률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제일건설은 이미 44ㆍ55평형 400가구의 계약을 모두 끝내 모델하우스 문을 닫아걸었고 39~59평형대 중대형 분양에 나선 신영도 계약률이 97%까지 올라갔다. 30평형대 중형 위주인 나머지 업체들도 대부분 70% 이상의 계약률을 보이며 3순위 미달과 선착순 분양으로 넘어가고도 초기계약률 10~30%대에 불과했던 최악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신영의 정준 분양소장은 “7월 중순부터 실수요자들의 모델하우스 방문이 이어지며 집이 팔리기 시작했다”며 “중대형 중에서 선호도가 높은 집들부터 소진되자 수요자들의 관심이 중소형으로 옮아가 전체적으로 계약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분양시장의 극심한 침체 속에서도 향남지구의 계약률이 급상승한 것은 계약금을 5% 대로 낮추고 발코니 무료ㆍ할인 확장, 중도금 무이자ㆍ후불제 등의 혜택을 대거 내세운 것이 직접적 요인으로 꼽힌다. 청약을 망설였던 수원ㆍ평택 등 수도권 서남부의 두터운 실수요자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2008년 청약 가점제 도입이 발표되면서 대규모 택지지구와 저렴한 분양가의 장점이 뒤늦게 빛을 발했다는 분석이다. 중소형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계약 뒤 5년간 전매제한을 받지만 분양가는 수도권에서 좀체 찾아보기 힘든 평당 600만원대 중반으로 책정됐다. 전매제한이 없는 중대형 역시 수도권 남부의 대규모 택지지구 치고는 분양가가 저렴한 편이다. 청약 가점제가 시행되면 높은 점수를 받기 힘든 수요자들 사이에서 2008년 이전에 유망한 공공 택지지구를 잡아야 하다는 ‘절박감’이 일고 있는 점도 한 요인이다. 51만여평 규모의 이번 향남1지구에 이어 94만여평 규모의 향남2지구 분양이 예정돼 있어 ‘선분양’에 따른 메리트도 적지 않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향남지구의 뒤늦은 선전은 취득ㆍ등록세 인하와 청약가점제 발표 등의 영향을 받은 데다 판교 2차 분양을 앞두고 수도권 남부에 이렇다 할 분양도 없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대규모의 공공 택지지구라는 장점을 무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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