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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달콤한' 혁신을 더 보고싶다

허니버터칩 발상의 전환으로 대박… 아이폰도 단순한 아이디어로 성공

기업·소비자 윈윈하는 방안 찾아

전체 시장 키우는 선순환 효과까지… 기업, 혁신 위해 지속적 투자해야


감자칩 하면 으레 짭짤한 맛이 생각났다. 대부분의 감자칩 맛이 짰기 때문이다. 이 선입견이 바뀐 지 반년이 채 안됐다. 지난해 8월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나오자 세상이 바뀌었다. 해태는 국산 아카시아 벌꿀에 프랑스산 고메버터를 더해 단맛과 고소한 맛은 강하게 하고 짠맛을 줄였다. 결과는 대박. 출시 두 달 만에 3대 편의점 감자칩류 판매에서 허니버터칩이 포카칩을 밀어내고 매출 선두에 올라섰다. 전체 스낵 시장에서도 새우깡·포카칩 등을 끌어내리고 1위가 됐다. 발상의 전환이 시장 판세를 뒤집어버린 일대 사건이다.

국내 감자칩 시장은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오리온과 농심이 오랫동안 양분해왔다. 스낵의 강자라는 롯데와 해태는 1990년대 중반부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히 해태제과는 유독 감자 스낵에서 지리멸렬 패잔병 신세에 불과했다. 포카칩·생생칩·자가비 등 물량 공세로 맞섰으나 존재감이 미미했던 것. 그렇지만 허니버터칩 한 방으로 벌떡 일어섰다. 달콤한 감자칩은 경쟁자까지 춤을 추게 하고 있다. 오리온 포카칩과 농심 칩포테토도 덩달아 신 났다. 지난해 11월 매출만 놓고 보면 두 제품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6.8%, 44.3%나 늘었다고 한다. 허니버터칩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면서 짠맛 감자칩 판매까지 늘려 결과적으로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는 셈이다. 달콤한 감자칩이 줄지어 나오는 것은 덤이다. 선순환효과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이렇다 할 히트 제품이 없던 과자 시장에서 10여년 만에 나타난 블록버스터라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원조를 애플의 '아이폰'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을 대중화시킨 제품이다. 1993년 첫선을 보인 미국 IBM의 사이먼이 최초의 스마트폰으로 알려져 있다. 사이먼은 개인휴대단말기(PDA)와 핸드폰이 한 기기에서 결합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터치스크린상에서 전화를 걸고 응용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며 핸드폰을 원격으로 설정해 활성화하는 기능이 적용됐다. 모두 요즘 스마트폰이 기본적으로 제공하는 것들이다. 스마트폰의 표준으로 불릴 만하다.

그렇지만 160억달러를 쏟아부은 사이먼의 도전은 실패했다. 1990년대에는 웹브라우저 등 스마트폰이 널리 쓰일 수 있는 기반이 없었던 탓이다. 이후 10여년간 사이먼을 계승한 유사품이 수없이 등장했지만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새로운 시도보다는 기존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데만 매달렸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애플은 달랐다. 2007년 6월 스티브 잡스는 스마트폰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아이폰을 이렇게 소개했다. "어떤 스마트폰보다 스마트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혁신적인 폰"이라고. 잡스가 말한 혁신은 단순하다. 음원 장터인 아이튠스에다 앱을 사고팔 수 있는 앱 장터인 앱스토어를 만든 정도다. 이처럼 애플은 전혀 색다른 기기를 개발한 것이 아니다. 단지 기존 스마트폰에 기업·소비자가 윈윈 하는 방안을 찾아낸 것에 불과하다. 어찌 보면 평범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있었기에 가능한 아이디어다.

혁신(innovation)이란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거나 기존의 것들을 크게 변화시키는 것을 말한다. 허니버터칩이나 아이폰은 혁신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로 손색이 없다. 을미년에도 경제환경이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사방이 불확실하니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을 활용해 투자에 나서라고 기업들을 몰아세우기도 힘들다. 그렇더라도 기업은 투자와 혁신을 멈춰서는 안 될 것이다. 허니버터칩이나 아이폰에서 보듯 혁신은 멀리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다.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 일궈낸 열매가 더 달콤하지 않겠는가.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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