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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무기력증에 빠진 워싱턴


재정적자 감축을 논의하는 미 의회의 슈퍼 위원회가 종료시한을 눈앞에 둔 지난주 말. 긴박해야 할 워싱턴 정가는 의외로 조용했다. 슈퍼 위원회의 위원인 공화당의 프레드 업튼 의원은 일요일 벌어진 워싱턴 레드스킨스의 풋볼 게임을 관람했으며 일부 위원들은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워싱턴을 떠났다. 양당 지도부도 마찬가지였다. 공화당 소속인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플로리다에 머물고 있었고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원내대표는 아내를 병간호했다. 미 언론들은 막판 초읽기에 몰린 협상에서 실낱 같은 희망을 찾고 있었지만 결론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지난 8월 국가채무한도 증액을 둘러싼 극심한 대립 끝에 출범한 슈퍼 위원회는 거물급이 망라된 호화 멤버로 채워졌다. 또 그들에게는 이전 어떤 위원회도 가져보지 못한 큰 권한이 주어졌다. 세제개혁의 틀을 마련하고 재정지출의 삭감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이는 향후 10년간 미국 국정운영의 로드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의 권한은 허울뿐이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세금인상 반대를 앵무새처럼 되뇌어야 했다. 반면 민주당 위원들은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강경파들에게 대규모 사회보장 삭감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야만 했다. 민주ㆍ공화 양당 위원들은 같이 자전거를 타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서로에 대한 친밀도를 높였지만, 당파적 이해 관계를 뛰어넘을 수는 없었다. 슈퍼 위원회의는 "초당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공식발표와 함께 활동을 종료했다. 그리고 그 어떤 합의사항도 내놓지 못했다. 월가에서는 당초 목표였던 1조2,000억달러 규모의 재정적자 삭감 방안은 아니더라도 부분적인 합의는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미 언론들은 이에 대해 '슈퍼 위원회의 큰 실패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립적인 워싱턴 정치가 만들어낸 결과는 미 국민들이 짊어져야 하는 부담으로 돌아간다. 당장 국가신용등급 강등의 우려가 높아지고 미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게 된다. 가뜩이나 유로존의 위기에 위축된 기업들은 더욱 움츠러들어 투자보다는 현금을 쌓아두는 데 골몰할 수밖에 없다. 미 경제의 가장 큰 과제인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셈이다. 민주ㆍ공화당은 합의실패에 대해 서로를 비방하면서 내년 대선에 미칠 득실을 따져보고 있지만, 국민들의 정치권 전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에서는 미 정치권 모두의 패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를 놓고 전운이 감도는 여의도가 걱정된다. 온갖 욕설과 몸싸움으로 얼룩진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이 외신을 타고 전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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