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앞으로 다가온 영국 총선이 여전히 짙은 안갯속이다. 영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접전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현실화되는 양상이다.
향후 5년간의 영국을 책임질 새 정부 및 총리를 뽑는 총선이 다음달 7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15일(현지시간) 현재 가디언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 집권당인 보수당과 제1야당 노동당은 각각 33.7%, 33.5%를 기록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초박빙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영국의 투표제도는 소선거구제에서의 승자독식(FPP·First Past the Post) 구조여서 표의 응집력이 좀 더 좋은 노동당이 지지율의 근소한 열세에도 불구하고 271석을 확보해 제1당의 지위에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집권 보수당은 270석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현 추세대로라면 영국은 지난 2010년 총선 이후 또다시 보수·노동당 어느 쪽도 의회 과반(326석)을 차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5년 전 보수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연립정부를 구성한 이래 이번에 또다시 연정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160여년 동안 이어진 영국 양당 정치체제의 종언이 이번 총선에서 더욱 확연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총선에서 보수당의 연정 파트너가 됐던 중도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당이 5년 새 인기가 하락한 반면 반이민·반EU의 기치를 내건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과 스코틀랜드를 주요 정치 기반으로 삼고 있는 지역군소정당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이 새롭게 떠올랐다.
UKIP는 특정 지역구를 압도하는 후보가 많지 않아 확보 가능 의석 수는 4석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보수당 전통 지지층의 표를 갉아먹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당이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특히 UKIP의 선전은 영국 내 반EU·반이민 정서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논쟁을 더욱 가열시킬 가능성이 높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총선 승리 시 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조기에 실시하겠다고 약속했고 자국민의 취업을 위해 이민자 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는 등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반EU·반이민 국민 정서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반면 노동당을 이끌고 있는 에드워드 밀리밴드 당수는 캐머런 총리의 국민투표 약속이 영국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고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포용정책을 내놓는 등 뚜렷한 대립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무산된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이후 이 지역을 정치 기반으로 삼아 급성장하고 있는 SNP는 노동당의 골칫거리다. 이 지역에서 절대우위를 보였던 노동당의 많은 표를 스코틀랜드 독립을 주장하는 SNP가 대거 가져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영국 총선 역시 '경제'는 표의 향방을 가를 핵심 의제가 되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지난해 2.6%의 경제성장률(GDP) 등 가시적 성과를 거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이 밖에 긴축을 통한 재정적자 및 복지 감축, 세금 인하, 부동산 활성화 방안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며 전통적 보수층 결집에 몰두하고 있다.
반면 노동당은 15만파운드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최고세율(50%) 재도입, 200만파운드 이상 주택에 대한 '맨션세' 부과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고 영국 의료복지제도인 국민건강보험(NHS)의 재정 증액, 최저임금 인상, 영국판 열정페이로 불리는 제로아워고용(근무시간 및 횟수 규정 없이 일하는 고용계약) 폐지 등 좌파 정책을 대거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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