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폐허 속에 삶의 희망조차 찾기 어려웠던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된 이유를 꼽으라면 교육에 대한 열정을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다. 천연자원이 부족하고 국토 역시 좁은 나라지만 인적자원에 대한 열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 같은 인적자원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더욱 중요한 가치다. 한 사람의 창의력이 전 세계의 미래까지 바꿀 수 있게 된 지금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 역시 다름 아닌 인적자원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 대학은 인적자원을 품고 길러낼 지식 창조의 중심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대학은 21세기 지식기반 경제를 이끌 고급 인력을 육성하는 동시에 미래 원천기술 개발을 현실화할 산실 역할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박사 연구 인력의 72%가 대학에 집중돼 있는 등 대학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을 이끄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대학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대학의 연구개발, 그중에서도 기초연구의 중요성이다. 기초연구와 과학 분야 연구개발은 우리의 미래를 앞당기는 바로미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 선진국들은 기초 연구를 경제성장의 혁신 원천으로 인식해 국가 차원에서 연구개발(R&D) 투자의 상당 부분을 기초연구에 투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흐름에 따라 기초연구 활성화를 위한 R&D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의 R&D 예산 가운데 기초연구 비중은 2008년 25%에서 2012년 35%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또 정부 과제가 종료되는 동시에 지원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 지속적인 연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아마노 히로시 일본 나고야대 교수는 "기초연구는 성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연구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 다"며 "성과가 현실화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체계가 있어야 노벨상과 같은 성과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려면 정부지원과 함께 산학협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노 교수의 연구 분야인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역시 상용화까지 무려 10년이 걸렸고 산학 협력이 뒷받침됐기에 현실화될 수 있었다. 아마노 교수는 "청색 LED 연구는 연구 초기 단계부터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진행됐고 이후 문화과학성 산하 재단으로부터 예산을 지원 받아 응용 및 상용화 단계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의 기초연구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각계의 협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이나 제품 개발은 국가 발전을 이끌고 사람들의 일상까지 바꾸며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파급력이 엄청나다. 걸어 다니며 통화하고 어디서나 인터넷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얻는 지금의 평범한 일상도 연구실에서 숱한 시간을 묵묵히 연구에 집중했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우주여행이나 하늘을 나는 자동차 같은 꿈도 이 같은 기초연구와 과학 연구개발이 지속될 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이 같은 기초 연구와 기술개발에 전력하는 대학 연구센터와 사업단을 소개한다. 이들 연구센터 등은 미래를 오늘로 만들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는 창조경제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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