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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현 CJ회장 처벌과 기업경영에 관한 단상

미국 버거킹이 캐나다 커피·도넛 체인인 팀호턴을 11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한다. 버거킹은 이로써 연매출 230억달러 규모로 세계 패스트푸드 업계 3위로 올라서게 됐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버거킹이 본사를 캐나다로 이전하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에서 비난이 일고 있다.

현재 캐나다의 법인세율은 15%로 미국의 35%보다 크게 낮아 세금 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 버거킹 측은 법인세 문제가 아니라 기업 성장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하지만 이런 이유라면 굳이 본사를 캐나다로 이전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의 이런 식 인수합병 전략은 일종의 국가 보조금 지급과 같은 효과를 발휘한다. 그 결과 혁신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경쟁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기업의 법인세 회피는 중소기업이나 임금소득자들로 하여금 더 큰 재정부담을 지도록 만든다. 이번 인수합병이 실현될 경우 버거킹은 앞으로 미국 사회가 제공하는 각종 사회적 혜택을 무상 편취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버거킹의 최고경영자(CEO) 대니얼 슈워츠는 처벌은커녕 경영전략 성공이라는 평가에 따라 엄청난 경영보수를 얻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는 조금 사정이 다르다. 버거킹처럼 전형적 내수 기업이라 할 수 있는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데 이어 9월4일 항소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있다. 물론 이 회장이 회삿돈을 개인적 용도에 썼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우리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대기업 총수라는 이유로 가벼운 처벌을 받아서도 안 되지만 과도한 처벌을 받아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과거 재벌 총수들은 법정에 설 때마다 국가 경제에 끼친 기여와 경영공백 등을 감안, 집행유예 3∼5년의 이른바 '정찰제 형량'에 그치는 일이 다반사였다. 최근에는 거꾸로다. 과거 사례에의 반발 정서가 강해지면서 재벌 엄벌주의 흐름이 두드러진다. 대부분의 기업 수사에 배임죄가 적용되는 탓에 모든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 정도다.

이런 추세가 정착하면서 오히려 국내외 경영학계에서는 기업 활동에 도를 넘는 형사적 제재를 가하는 '과잉 범죄화'가 경제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엄벌주의 일반화의 부작용은 경영자 개인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기업 성장에도 결코 긍정적일 수 없다. 기업 경영에서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결정하는 모든 행위가 엄청난 불투명성에 도전해가는 기업가 정신이다. 이를 일일이 소송이나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면 어떤 자본가도 기업을 키우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한국의 재벌 총수들은 대부분 외부로 부터의 경영권 위협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주식 확보 과정에 적지 않은 CEO들이 의도하지 않거나 또는 필연적으로 횡령의 유혹에 빠져들기 쉬운 구조다. 이런 경영 환경에서 사법부의 과잉 범죄화 경향은 전반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상승시킬 뿐 아니라 음성적 부(富)의 이전을 야기할 수도 있음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회장의 건강 상태다. 근무력증을 동반하는 유전병과 신장 이식으로 수술이 성공한다고 해도 10년 이상을 넘기기 어렵다는 게 의학계의 중론이다. 이런 판에 복역이라는 과중한 스트레스가 덮칠 경우 치명적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다고 한다. 구속 전에 70∼80㎏이던 체중이 40㎏대로 떨어진 것만 봐도 엄청난 육체적 고통을 견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확대를 정책과제로 삼고 있다면 CJ그룹이 전형적 내수기업이라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CJ그룹은 매출 100억원당 고용 효과가 36명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출제조업들에 비해 3.5∼9배에 달한다. 재계 자산 순위는 14위여도 채용규모는 전체의 5위 수준에 이른다.

이 회장은 법적 처벌 유무와 별도로 지금 건강상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법적 측면에서도 탈세는 개인주식 공탁, 횡령 부분은 전액 회사 입금, 배임 역시 근질권 설정을 통해 나름대로 배상 노력을 다하고자 한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형사처벌을 민사소송으로 전환하는 한편 경영 일선으로의 복귀를 도와주는 것이 개인의 일생이나 경제계 전체의 심리 호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기업이 흥(興)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는 차원에서 발상의 전환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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