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과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 사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조치가 중첩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배럴당 30달러선(33.87달러ㆍWTI 기준)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어느덧 50달러선에 육박하자 고유가 상황이 다시 오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실물경기 침체가 얼마나 오래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벌써 에너지 대란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석유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날보다 23센트(0.5%) 떨어진 배럴당 48.58달러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WTI는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 배럴당 50.47달러까지 상승해 지난해 12월1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장 직후에도 WTI는 전날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WTI 가격이 배럴당 50달러를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28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런던 ICE 선물시장의 2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1.25달러(2.5%) 오른 배럴당 50.87달러에 거래됐다. 이에 앞서 거래된 두바이유 현물가격도 전날보다 배럴당 3.05달러 오른 48.53달러로 마감돼 50달러선에 육박했다.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은 최근 ▦가자지구 사태 악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 ▦ OPEC의 감산 결정 실행 등으로 석유공급 차질과 에너지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OPEC은 지난해 11월부터 감산에 들어간 데 이어 12월17일 알제리 오란에서 열린 임시총회에서 다시 하루 246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함으로써 지난해 9월에 비해 생산량을 하루 420만배럴 줄이기로 한 상태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은 1월부터 산유량을 15% 줄였으며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산유량을 상당 부분 감축했다. 오스트리아 라이페이젠 젠트랄뱅크의 애널리스트인 한네스 록커는 “유가가 이미 저점을 지났다는 신호가 커지고 있다”면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다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유가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일 공개한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보고서에서도 경기위축의 바닥을 확인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날 발표된 미국 내 경제지표들도 여전히 악화된 실물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미 상무부의 지난해 11월 공장주문 실적은 4.6% 하락해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공급관리자협회(ISM)가 발표한 지난해 12월 비제조업(서비스업) 지수도 40.6으로 기준인 50을 밑돌았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내놓은 지난해 11월 잠정주택판매지수 역시 82.3로 전달 대비 4% 떨어지면서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석유수요 감소 우려 심리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국제유가는 한동안 배럴당 30~40달러대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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