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주재로 각 부처 차관급과 유관공사 사장들이 모인 가운데 열린 노동정책회의가 끝난 후 참석자들은 회의내용에 대해 함구로 일관했다. 한 참석자는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도 참석자간 이견이 적지않았음을 내비쳤다. 이는 최근 청와대와 재경부 등 성층권의 미묘한 입장차로 연결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노조에 대해 차별대우를 하지 않겠다”면서도 “특혜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연이어 강조, ‘기회를 주지만 인수 자체는 힘들 것’이란 점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민주노동당이 집권하지 않는 한 종업원지주제(ESOP)는 힘든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이 위원장은 개혁적 색채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그는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지분을 인수하려는 것을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논란이 이어지자 대우종기의 매각작업을 개혁과 성장론의 대리전으로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각 실무 절차를 진행해온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의 국제업무부장이 지난 7일 전격 직위 해제되는 등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비롯한 당초 일정은 상당기간 지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부장의 직위해제에 대해서는 ‘투서’ ‘불협화음에 따른 문책성 인사’ 등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매각 일정ㆍ방식 표류=
중요한 것은 매각작업이 겉돌고 있다는 점이다. KAMCO는 우리사주조합에 이어 일반 인수 희망자들에게도 준비 미비를 이유로 예비입찰 마감을 오는 18일로 연기했다. 매각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공대위는 ▦파업 및 시위 등 단체행동 불가 ▦산업은행 지분(21.91%) 동시 인수 등 KAMCO가 제시한 입찰허용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보고 10일까지 최종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공대위는 다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작업이 노조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혼선이 곤혹스러운 곳은 대우종기 인수 의사를 표명해온 업체들이다. 공대위를 인수 파트너로 끌어들일지를 고민하는 업체도 있다. 방산 부문 인수를 추진해온 로템 등 일부 업체는 분리인수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두산중공업은 당초 민수 부문 인수계획에서 독자적인 일괄인수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일부 업체는 독자적인 일괄인수 여력 부족으로 ‘합종연횡’을 추진 중이지만 상당수는 아직도 인수방식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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