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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열면 바다같은 레만湖… 오드리 햅번이 반한 그 정취

스위스 제네바<br>여의도 70배 크기의 거대한 호수… 호반에 드리운 그림같은 별장들…<br>낭만주의 루소의 삶 간직한 곳… 이승만 전대통령·프란체스카 여사…<br>젊은 시절 로맨스 흔적도 아스라히

스위스에서 가장 큰 호수인 레만호(湖). 면적이 581.3 km²로 서유럽 호수 가운데 가장 넓다. 서울 여의도 면적이 8.48㎢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UN 유럽본부 앞 광장에 세워진 다리 하나가 없는 의자 조각상. 지뢰로 다리를 잃은 사람을 형상화한 것으로 전쟁반대와 지뢰 추방을 상징한다.

유엔 유럽본부 청사

종교개혁 기념비


제네바는 취리히와 바젤에 이어 스위스 제3의 도시다.

현재 350여개 국제기구가 소재하고 있으며 무역ㆍ인권ㆍ군축ㆍ보건ㆍ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간 2,000여회 정도의 국제회의가 개최되고 연간 약 15만명이 방문하는 국제도시이기도 하다.

유엔 유럽본부를 중심으로 국제노동기구(ILO),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무역기구(WTO), 국제적십자본부, 국제통신연합 및 유럽 핵연구소 등이 둥지를 틀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정부의 탈북자 강제 북송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였던 박선영 의원이 방문해 화제를 모았던 유엔 인권이사회(UNHRC)도 바로 이곳 제네바에 있는 국제기구다. 동행한 현지 여행가이드는 "스위스에 국제기구가 많은 까닭은 영세중립국이라는 지위와 유럽의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유리한 입지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네바를 품에 안고 있는 스위스의 총 인구는 인구 720만명에 불과하다. 그 가운데 제네바에서는 약 20만명의 스위스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제네바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도 꼽힌다. 한 다국적 컨설팅업체가 발표한 '2011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에 따르면 제네바는 호놀룰루(1위), 취리히(2위), 밴쿠버(5위) 등에 이어 8번째 살기 좋은 도시로 꼽혔다. 반면 물가는 비쌌다. 어렵게 찾은 한국식당에서 김치찌개 1인분이 우리나라 돈으로 3만6,000원 정도였다.

2011년 영국 컨설팅업체 ECA가 전세계 400개 도시를 대상으로 생활 물가를 조사한 결과 1위 도쿄, 2위 오슬로, 3위 제네바로 나타났다는 뉴스가 새삼스러운 게 아니었던 셈이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갖춘 스위스는 원래 수많은 유명인 및 부호들의 별장이 있고 은퇴한 유명인들이 조용히 여생을 보내는 장소로도 선호돼왔다. 독일 문학가 헤르만 헤세, 영국 찰리 채플린 등은 생애의 마지막을 스위스에서 거주했다. 아인슈타인은 독일에서 출생했으나 대학을 취리히에서 다녔고 1933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상당히 오랜 기간 스위스에서 생활했던 주인공이다.

특히 제네바를 사랑했던 인물들도 많았다. 칼빈은 스위스인은 아니지만 16세기 제네바를 무대로 종교개혁 운동을 전개했다. 시내에 종교개혁 기념비가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영화배우 오드리 햅번도 결혼 후 1954년 스위스로 이주했고 생의 마지막을 제네바호수 인근 마을에서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낭만주의 철학자이자 작가인 장자크 루소(1712~1778)도 스위스인은 아니었지만 제네바에서 태어나 10살 때까지 자랐다. 제네바에서 가장 큰 다리인 몽블랑 다리 옆에 '루소 섬'이라고 불리는 작은 섬이 있고 여기에 루소 동상이 세워져 있는 까닭이다. 제네바 대표부 이주일 참사관은 "올해는 마침 루소 탄생 30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도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네바는 이승만 전 대통령과 프란체스카 도너 여사가 만나 사랑을 꽃피운 곳이기도 하다. 프란체스카 여사는 당시 제네바의 국제연맹에서 통역 및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이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고 미국에 거주하고 있던 이 전 대통령은 그 뒤 오스트리아로 가서 청혼하게 됐다는 얘기가 교민들 사이에서 전해왔다. 그런 흔적들을 찾아다니는 재미를 제네바는 갖고 있었다.

승용차로 도는 제네바 투어에서 가장 쉽게 마주치는 곳은 스위스에서 가장 큰 호수인 레만호(湖)였다. 스위스와 프랑스가 공유하고 있는 이 호수의 면적은 581.3㎢. 서유럽 호수 가운데 가장 넓다. 서울 여의도 면적이 8.48㎢니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었다.

이영하와 정애리가 주연으로 나왔던 1979년 TV드라마 '레만호에 지다'에 나왔던 바로 그 레만호다. 이 드라마는 1960년대 초를 배경으로 제네바 주재 한국 외교관이 중립국 스위스 제네바에서 분단 이전 애인이었던 북한 여성 외교관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다뤄 당시 시청자들에게 아련한 장소로 각인돼 있다.

관광객들로부터 인기 있는 특산품은 일명 '맥가이버칼'이라고도 불리는 스위스 군용 칼과 초콜릿ㆍ시계가 꼽힌다. 스위스 군용 칼은 현재 미군을 포함한 16개국 군대에서 공식 휴대용 나이프로 쓰일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초콜릿은 네슬레가 1819년 초콜릿 공장을 세운 것을 시초로 다양한 지역에 초콜릿 공장이 건설돼 유명세를 탔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생산량의 60%는 수출하는 초콜릿 수출 대국이다. 제네바는 특히 시계의 도시다. 스위스 시계산업은 그동안 제네바를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해왔다. 제네바 시내에 소재한 'Patek Philippe 시계박물관'은 스위스 시계산업을 엿볼 수 있는 작은 창(窓)과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위스의 시계산업은 전자시계 출현으로 극심한 위기를 겪었지만 1983년 2개의 대형 시계제조업체가 합병해 스와치그룹을 만들고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된다.

스위스의 공식언어는 독일어(인구 65%가 사용)에 이어 프랑스어ㆍ이탈리아어 등 3개 언어가 꼽힌다. 제네바는 프랑스어 사용지역이다. 스위스는 지방자치제가 워낙 잘 발달해 있어 일반상점이나 길거리 표지판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언어가 모두 지역언어로 표기돼 있다. 유럽연합(EU)에 가입돼 있지 않아 제네바는 스위스 프랑이 메인 화폐다. 다만 유로화는 통용된다. 그러나 달러는 일반 상점에서 받지 않으니 주의해야 한다.

스위스의 노인은 사회보험 체계에 의한 노령보험 및 각종 연금과 개인 저축 때문에 대체로 경제적으로 부유한 편이다. 제네바 음식점 곳곳에서 한가롭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 노인들을 만날 수 있는 것도 그런 배경이 있었다.

체류기간 중 제네바 거리는 내내 비가 내렸다. 스위스 기상청은 지난해 11월 가뭄 특별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해 강우량이 1864년 측정 이래 최저 수준일 정도로 스위스는 최근 가뭄에 시달렸고 제네바도 마찬가지였다. 가뭄이 들면 제네바는 강과 호수 유량 저하로 인한 운송비용 상승, 스키장 적설량 부족에 따른 관광객 유치 차질 등이 발생한다고 한다. 결국 단비가 내렸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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