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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김빠진 세기의 대결

아웃복서 메이웨더, 인파이터 파키아오에 판정승

펀치 피하며 점수 따는 실리복싱으로 프로 무대 48전 '무패신화' 지켜내

난타전 기대했던 팬들은 하품만… 졸전 평가에 "난 계산적인 파이터"

파키아오 "내가 승자" 불만 표시… 필리핀 팬들도 "재대결 펼쳐야


"나는 똑똑한 경기를 펼쳤다(I was the smarter man tonight)." 경기 후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38·미국)가 한 말을 들어보면 '세기의 대결'에서 화끈한 장면은 진작부터 기대하기 힘들었던 것 같다.

플로이드가 8체급을 석권한 매니 파키아오(37·필리핀)의 무수한 펀치를 피하는 '실리 복싱'으로 '무패 복서' 신화를 이어갔다. 메이웨더는 3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6.7㎏) 통합 타이틀전에서 파키아오를 12라운드 심판 전원일치 판정으로 꺾었다. 이로써 메이웨더는 48전 전승(26KO)을 기록했다.

'불꽃 대결'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붙었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는 펜싱 경기 같은 지루한 경기였다. 인파이터인 파키아오가 시종일관 파고들며 주먹을 던졌으나 아웃복서 메이웨더는 펀치를 대부분 피하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는 영리한 운영을 이어갔다. 메이웨더가 1라운드에 의외로 공세를 보였고 4라운드에는 파키아오가 자신감을 얻은 듯 연타를 날리기도 했지만 팬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여기까지였다. 파키아오가 다가서면 메이웨더가 피하는 양상이 계속됐다. 마지막 12라운드에서도 파키아오의 연타를 대부분 피한 메이웨더는 공이 울리기도 전에 승리를 확신한 듯 두 팔을 들어 올렸다. 심판 채점 결과 한 명은 118대110, 나머지 두 명은 116대112로 메이웨더의 우세를 판정했다.

졸전이었다는 일각의 평가에 메이웨더는 "나는 계산적인 파이터인 반면 파키아오는 거친 스타일"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경기를 해보니 파키아오가 왜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지 알겠다"며 "9월 한 차례 경기를 더 치른 뒤 현역 생활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키아오는 "내가 이겼다. 메이웨더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에게 여러 차례 펀치를 적중했다"며 판정에 불만을 나타냈다.



파키아오의 패배에 필리핀은 실망과 비탄에 휩싸였다. AFP통신은 곳곳에 모여 대형 화면을 지켜보며 단체 응원을 한 필리핀 국민들이 "반드시 재경기를 해야한다"면서 "파키아오는 이번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그는 여전히 강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논란에도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은 메이웨더의 경기 운영을 깨뜨릴 해법을 파키아오마저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미국 스포츠전문 매체 ESPN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메이웨더는 '파이터'가 아니라 '복서'라는 점, 그리고 훌륭한 복싱 비즈니스맨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면서 "파키아오는 플랜 B나 플랜 C를 갖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밋밋한 승리에도 메이웨더는 세계 복싱 역사를 다시 썼다. 그간 오스카 델라 호야(미국), 리키 해튼(영국), 후안 마누엘 마르케스(멕시코) 등 수많은 강자를 누른 메이웨더는 마지막 남은 맞수까지 돌려세우며 금세기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복서였던 아버지에게서 기본기와 방어능력의 기초를 배웠고 역시 복싱을 했던 삼촌들에게서는 강한 스트레이트를 익혔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동메달에 그친 뒤 곧바로 프로로 전향한 메이웨더는 이후 48전 전승 가도를 달려 메이웨더 가문의 영광을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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