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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 계획부문 대상을 받은 '시간의 흔적을 담다'는 인천세관창고라는 기존 건축물을 이용해 도시적 필요성에 따른 새로운 건축물로의 재탄생을 이끌어 설계공모 주제인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설계안은 인천광역시 중구 신흥동 7,000㎡의 대지에 지하1층, 지상5층 규모의 공연ㆍ문화시설 및 숙박시설을 건립하는 것이다.
설계자 이태호(한양대학교 대학원 석사3기)ㆍ손종호(〃)ㆍ이필석씨가(〃석사2기)가 인천에 위치한 세관창고를 선택한 이유는 인천 구도심에서 근대건축물 등 과거의 형태를 유지한 건축물을 찾아볼 수 있고 그것이 인천의 정체성이자 특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시는 변화한다. 하지만 변화의 과정에서 남겨진 것들은 새롭게 만들어진 도시의 모습과 대조돼 이질적인 존재로 남게 된다.
인천 또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이질적인 존재로 남겨진 것들이 있다. 본래 인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벽돌 조적식 구조의 세관창고는 과거 항구의 근처나 철도길을 따라 무수히 들어서 있는 창고의 형태로 인천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현재는 인천항이 매립을 통해 점차 부두면적을 확장함에 따라 인천세관창고 본연의 기능을 잃고 가구제조공장, 물류창고 등 수차례 기능이 바뀌었다. 이렇게 여러 번에 걸쳐 세관창고의 존재목적이 뒤바뀌는 사이, 부지 주변에는 주거지가 대폭 확장됐다. 현재 세관창고 건물에는 정미소로 쓰이던 당시 굴뚝을 비롯해 6동의 창고가 남아 있으며 창고의 벽면을 이루던 벽체가 일부 남아있다.
설계자들은 화이부동이라는 공모 주제에 맞게 '통섭(統攝)'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인천 세관창고를 재탄생시켰다. 통섭이란 물리적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그냥 한데 묶어놓은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요소를 합쳐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프로그램의 유입을 통한 통섭에 다다르려면 먼저 '남겨진 흔적과 새로운 구성요소의 통합', '도시조직의 융합'이라는 두 단계를 거쳐야 한다.
설계자들은 이를 위해 세관창고의 벽돌식 구조벽과 목재로 만들어진 지붕 트러스트, 그리고 옛 정미소에 쓰였던 굴뚝 등 시간을 담고 있는 옛 흔적들은 새롭게 계획되는 공간과 하나로 묶여 새로운 기능으로 대체했다.
창고가 가진 벽돌식 구조벽과 목재 기둥은 최대한 보전하며 새로운 매스와의 중첩을 통해 공간을 분할하고 문화, 숙박시설 등 각자의 프로그램을 부여한 것.
옛 창고가 있던 블록의 필지는 기존 주거지역의 도시조직과 다른 것을 고려해 기존 주거지의 분할된 도시조직과 기존 필지가 소통하며 하나의 모습으로 융합될 수 있도록 이끌었다. 프로그램에 따라 창고의 내부가 중정(기둥)이 되어 외부로 노출될 수도 있고 외부와 면해있던 외벽이 내부공간을 이루는 내벽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꾸몄다.
설계자들은 인천세관창고 부지가 단순히 주거지역 내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화려한 주상복합이나 아파트로 도시재생을 하는 것보다는 도시의 새로운 정체성을 불어넣기 위해 노력했다. 이를 위해 인천의 정체성을 가진 컨테이너 박스를 통해 인천세관창고 내 모든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축을 만들어 통섭의 장(場)을 창조해냈다.
철거 위기 인천세관창고 이전 복원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