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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저가경쟁'이 회계 리스크 키운다


수도권에 소재한 한 중소기업체는 지난해 외부감사를 담당할 회계법인을 교체했다. 국내회계법인 5위권의 대형업체에 연간 1억원 안팎의 회계감사 수수료를 지불했던 이 업체는 중소규모 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기면서 비용이 3,000만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또 다른 중소기업체는 외부회계법인과의 계약이 만료된 뒤 회계법인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회계법인 교체 소식을 듣고 3개 이상의 회계법인이 경쟁에 뛰어들며 회계감사 수수료가 이전보다 20% 이상 줄어들었다. 최근 저축은행의 부실회계감사 논란과 관련 회계업계의 고질적인 저가수주 경쟁이 기업 회계 리스크를 대폭 키우고 있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의 수주는 회계감사에 투입되는 인력의 감소를 야기 했고 그 결과 회계감사의 질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2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기준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회계법인은 123개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개사가 늘어났다. 지난 2001년 3월 회계법인 등록 요건이 완화되면서 매년 평균적으로 9개사 가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반면 합병 등을 통한 대형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회계사 수가 30명 미만인 회계법인이 전체의 77.2%를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영세하다. 회계법인이 난립하면서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고 회계 품질을 답보할 수 없을 정도의 형식적인 회계감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형 회계법인 임원은 “최근 3년 동안 회계사의 시간당 임금은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못 한 채 고정돼 있는 상황”이라며 “가격 인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투입 비용을 줄여야 하는 압박 요인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회계감사의 경우, 매니저급 책임자 1명을 포함해 5인 이상의 회계사를 투입하고, 중소기업은 3~4인으로 감사팀을 꾸린다. 하지만 최근 가격 덤핑이 심해지면서 투입 인원과 시간이 대폭 줄었다. 한 회계사는 “예전에는 중소기업이라고 해도 3명 이하의 인력으로는 회계 감사를 하질 않았는데 요즘엔 2명의 회계사가 하는 경우도 흔하다”고 설명했다. 통상 2주일 가량 걸리던 회계감사가 5~6일 만에 끝나기도 한다. 실제로 부산저축은행의 경우 외부회계감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에서 감사를 불과 사흘 만에 끝내 부실 감사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감사 인력과 시간 투입이 줄어들면서 담당 회계사들도 능동적으로 임하기보다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소극적 태도로 변하고 있다. 한 회계사는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요즘 회계법인은 ‘을’의 위치에서 일을 하게 된다”며 “감사를 하면서 궁금한 점이 있어도 회사에 문의하면 성가시게 생각하고 차기 계약에 영향을 주는 면이 있어 소극적이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부실회계감사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금융 당국이 회계감사제도의 보완에 나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회계법인을 선택하고 까다로운 회계법인을 꺼리는 경향이 심해져 회계품질의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감사계약을 마음대로 훼손하지 못하게 하고 감사인 지정제의 범주를 넓히는 방안 등을 포함한 회계법인 선진화 방안을 올 10월께 입법예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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