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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김영란法, 평등권·양심의 자유 침해… 憲裁 위헌결정 확신

수시로 변하는 여론을 위헌성 판단하는데 개입시켜선 안 돼

국회의원 빼고 공무원도 아닌 언론 포함한 것은 형평성 위배

피고인 인권보장 여부 살피는 '검사평가제' 임기내 도입할것




"김영란법 자체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평등권,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해칠 위헌 요소를 두고 입법하는 게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5일 김영란법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대한변호사협회 하창우(61·사진) 신임 회장은 마치 '법이 포퓰리즘이냐'고 따져 묻는 것 같았다.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는 동안 "위헌성 여부를 판단하는 데 여론을 개입시키면 안 된다"는 말을 수차례 되풀이했다. "여론은 수시로 변하지만 헌법이 정한 기본 이념과 가치는 분명하게 서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대목에서는 법률가로서 소신이 엿보이기도 했다. 이날 하 회장의 손에는 인터뷰 자료가 들려 있지 않았다. 그는 그럼에도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김영란법의 입법과정과 위헌 요인, 헌재의 청구 요건을 조목조목 설명하고 비판해 나갔다. 때로는 '졸속입법'이라거나 '포퓰리즘'이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대한변협은 5일 부정 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에 관한 법, 이른바 '김영란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변협은 공공기관에 '언론사'를 포함한 이 법의 제2조 제1호 '마'목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언론과 취재원의 통상적인 접촉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공권력에 의한 언론통제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변협의 의견이다.

하 회장 역시 김영란법으로 인한 언론자유의 위축을 우려했다. 하 회장은 "앞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이 수사기관과의 관계"라며 "정권이 특정 언론매체의 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당 매체를 타깃으로 삼아 언제 어디서 얼마 치의 밥을 먹었는지 조사만 하면 되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게 되면 언론이 위축되고 정권에 의한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언론이 민주주의의 근간인데 이는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이나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해서도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하 회장은 김영란법이 언론의 자유 이외에도 헌법상 평등권(헌법 11조 제1항)에도 위배된다고 강조했다. 공직자와 성격이 전혀 다른데다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하는 언론이 공공적 성격이라는 이유로 적용 대상에 포함됐다면 금융이나 의료, 법률 등 공공적 성격이 강한 다른 민간 영역도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언론 외에 공공성 있는 직역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언론만 김영란법에 넣었다"며 "공무원처럼 인허가권을 가지지도 않고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 받지도 않는 언론을 공무원과 같이 취급하는 것은 과잉입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회장은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것을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애초 본안은 3자 청탁도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으로 삼았다. 하지만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역 주민의 민원 등 정당한 민원도 제한될 수 있다'며 예외 규정을 확대했다.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이에 대해 "3자의 고충·민원이라 하더라도 내용적으로는 이권청탁·인사청탁 등의 부정청탁이 포함될 수 있어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무원들의 브로커화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하 회장은 "국회의원은 제외하고 공무원도 아닌 언론을 집어넣은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며 "국민을 접촉하는 과정에서 어떤 권한을 행사하지 않고 역할의 공공성만 가지는 언론을 일반공무원과 같이 취급한 것은 잘못"이라고 평가했다.

하 회장은 특히 12일 '위헌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김 전 위원장의 기자회견에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그런 발언에 전혀 동조하지 못한다"며 "대법관 출신이라는 게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김 전 위원장이 "(김영란법으로 인해)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하 회장은 "언론인을 적용 대상에서 빼는 것 외에 다른 특단의 대책이라는 게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법리적으로 볼 때 위헌이 나올 가능성이 다분하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법률이 공포되기도 전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는 이유로 각하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서도 "각하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법률로서 확정되면 시행 전이라도 해당 법률을 위헌심사의 대상으로 할 수 있다는 헌재 판례가 있다"며 "헌재는 청구요건 심사를 접수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해야 하는데 김영란법은 그 전에 국회에서 정부로 이송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변협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시기는 5일이므로 헌재는 30일 이내인 다음달 3일까지 청구요건 심사를 해야 한다. 13일 정부로 이송된 김영란법은 오는 27일까지 공포되거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어느 쪽이든 헌재가 청구요건을 심사하는 3일 이전에 이뤄져야 하므로 시기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 회장은 이번 청구가 각하되더라도 다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그는 "만약 시기의 문제로 청구요건을 못 갖췄다고 한다면 법률이 공포된 후에 하면 된다"며 "그 이후에 다시 청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3일 취임한 하 회장은 재임 기간에 검사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2008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시절 법관평가제를 도입한 장본인이다. 하 회장은 "법관평가제보다 더 중요한 게 검사평가제"라며 "법관평가제가 공정한 재판에 초점을 맞췄다면 검사평가제는 피고인의 인권을 검사가 얼마나 제대로 보장하는지가 중점이 될 것"이라고 구상계획을 밝혔다.

그는 이어 "법원이나 검찰이 가지고 있는 권력이 5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며 "헌법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하지만 정작 사법부는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국민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재정신청 사건에서 검찰의 무죄 구형을 그 예로 들었다. 재정신청이란 피해자 등이 고소·고발한 사건을 검사가 불기소처분했을 때 이에 불복한 고소인 등이 고등법원에 재판회부를 요청하는 제도다. 해당 법원이 고소인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해당 사건에는 공소제기 명령이 내려지게 된다. 하지만 이 같은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죄 구형을 내려 논란을 낳고 있다.

하 회장은 "검사는 피해자를 대신해서 공소제기를 한 것이므로 피고인의 처벌을 위해 공판을 진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주 성의 없이 무죄를 구형한다"며 "일반 형사사건은 무죄가 나오면 반드시 항소하면서도 이 경우는 항소하지 않고 포기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피해자의 구제를 위해 만든 재정신청 제도가 허사라는 예"라며 "이처럼 검찰이 잘못하고 있는 것을 끄집어내서 지적하고 바꾸기 위해 검사평가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가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를 평가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지적에 대해 하 회장은 "수사는 검찰이 하고 변호사는 피해자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돼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과 변호사의 접견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차단하고 있으므로 헌법에 보장된 변론권을 제대로 보장하는지가 검사평가제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자백을 강요하거나 구타나 폭행 등의 인권 침해가 있는지, 묵비권을 제대로 보장하는지도 함께 파악하겠다는 구상이다.

하 회장은 "검찰의 인사권자는 일선 검사 수사를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며 "일선에서의 수사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변호사를 통해 검사를 평가하면 인사권자가 오히려 생생하게 현장을 보듯이 알 수 있어 검찰 인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검사평가제 실시를 강력하게 촉구하는 이들이 바로 검사 출신 변호사"라며 "그만큼 이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이용택 사회부장(부국장) ytlee@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He is…

△1954년 경남 남해 △1973년 부산 경남고 △1978년 서울대 법대 △1983년 사시 25회(사법연수원 15기) △1986년 하창우법률사무소 변호사 △1997년 서울지방변호사회 총무이사 △2001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 △2003년 대법원 법관임용심사위원회 위원 △2006년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 △2007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 △2015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사법고시는 '희망의 사다리'… 반드시 존치해야"

하 회장 '고교생 편지' 소개하며

김연하 기자

하창우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사법고시 존치 문제와 관련해 한 고등학생으로부터 받은 편지(사진)를 소개했다.

'법조인이 꿈이며 서울의 한 고교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 학생은 "농민의 자식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사법고시가 존치돼야 한다. 로스쿨은 학비가 너무 비싸다. 가난을 대물림해서는 안 된다"는 하 회장의 이전 인터뷰 내용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며 편지를 보냈다. 그 학생은 "저는 가정환경이 좋지 않고 가난한 집에서 자라왔다"며 "제 생각들을 사회에 대신 말씀해주신 것 같아 정말 기뻤다"고 적었다. 특히 "사법시험 존치는 저에게 정말 반가운 소식이니 꼭 이뤄주셨으면 한다"고 부탁했다.

하 회장은 "편지를 받고 깜짝 놀랐다"며 "평소 가난한 집의 아들딸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게 사시라고 주장했는데 그게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어린 학생의 가슴에 전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의 소망대로 하 회장은 사시를 반드시 존치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시는 희망의 사다리"라고 강조하면서 "능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돈이 없다고 해서 평생 가난을 대물림 받아 가난하게 살면 나라가 발전이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로스쿨과 관련해서는 학비 문제부터 언급했다. 서울에 자리한 한 로스쿨의 1년 학비는 2,100만원, 3년이면 6,300만원이다. 교재나 생활비까지 포함하면 3년간 최소 1억원 정도 드는데 이를 내고 공부하는 것은 부유한 집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 회장은 "저 같은 시골 농촌 출신이 로스쿨에 어떻게 들어갈 수가 있겠느냐"며 "로스쿨만 있다면 저 같은 사람은 법조인이 되는 게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사시 존치로 사시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의 갈등이 더욱 극대화하지 않겠냐는 지적에 하 회장은 "사시가 없어지더라도 사시 출신 변호사는 계속 남아 있다"며 "갈등의 원인은 사시 존치가 아닌 법률시장 불황과 취업난으로 나타난 변호사들의 피해의식에 있다"고 분석했다. 일자리를 늘려 골라 갈 수 있는 시장이 만들어지면 갈등도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공급과 수요의 균형이 깨진 지 오래인 변호사 시장을 회복시키기 위해 연간 배출하는 변호사의 수를 1,000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관예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하 회장은 "아직도 전관예우를 누리는 소수의 변호사들이 있다"며 "전관예우는 곧 전관비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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