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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철 대표 "사회적 기업 키우려면 인증자격 완화해야"

장애인 고용 사회적 기업 래그랜느 "감성보다 품질 승부"


강남구 일원1동 사무소 앞에 위치한 카페형 베이커리 래그랜느의 작업장에는 청년 4명이 과자를 만드느라 아침부터 분주하다. 베이커리 성수기인 연말이지만 크게 바빠 보이지는 않았으나 청년들의 눈빛만큼은 진지해 보였다. 언뜻 봐서는 여느 제빵사들과 차이를 알아채기 어렵지만 이들은 제빵사 보조로 근무하는 자폐장애인들이다. 지난 2010년 6월 사회적 기업으로 래그랜느를 설립한 남기철(58ㆍ사진) 시트라 인터내쇼날 대표는 이곳의 제빵 보조사 중 한명인 범선씨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전자부품 무역회사인 시트라를 20여년간 경영하면서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그는 양극화 현상이 복지부문에도 심화되고 있음을 안타깝게 여겼다. "사회적 기업 육성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작은 기업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대기업형은 필요에 의한 절박함 보다는 기업의 이미지 개선이 목적인 경우가 많아요. 그러나 대기업형이 쉽게 주목을 받아 후원금이 이런 곳에 더 쏠리죠. 소규모 사회적 기업은 온기를 느끼기가 어려워요." 사회적 기업 운영방식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남대표는 "현재는 고용자의 인건비를 2년간 지급하고 중단해 버리는데 자본 여력이 있어도 창업하고 2년 내에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며 "특히 장애인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더욱 손익분기점을 넘기가 쉽지 않다. 단계적으로 지원금을 줄여나가면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려면 까다로운 인증 자격은 완화하고 대신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실제 필요한 사회적 기업들이 더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며 "장애인들이 일을 통해 독립 의지를 키워나가려면 인건비의 일괄 제공 보다는 장애인들이 실제 근무를 하는지 등에 대한 현장감독이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자폐장애인의 재활과 독립을 강조하는 데는 래그랜느를 운영하면서 근로가 어떤 재활치료보다 효과적이라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남대표는 "정신지체장애아보다 인지력이 떨어져 사회적응은 꿈도 꾸기 어렵다고 주변에서는 래그랜느 설립을 만류했지만 일을 하면서 아이들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말 한마디 못하던 아이가 이곳에서 친구를 찾고 남을 챙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자기 속에 갇혀있던 자폐장애인들이 일을 통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 학교 다닐 때 국민의 4대 의무 중에 근로의 의무가 있고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려야 할 권리 중에 근로권이 있다고 배웠는데 현실적으로 장애인에게 가장 필요하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의무와 권리가 바로 근로부문"라며 "일자리를 늘려 그들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다면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남대표는 래그랜의 장기적인 매출성장을 위해 상품을 감성에 소호하기 보다 품질로 승부를 건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과자와 빵은 어떤 베이커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특히 반죽된 생지를 본사에서 받아 가게에서는 굽기만 하는 대형 베이커리들과는 달리 반죽부터 성형과 굽기 그리고 포장에 이르기까지 전문 제빵사와 보조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만든다. 그는"대부분 매일 만드는 상품이라 신선한 품질만큼은 자신한다"며 "기업과 기관 등의 선물용으로 활로를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래그랜느의 안정화에 이어 자폐장애인 재활작업장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가공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농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과일즙ㆍ잼 등을 생산할 수 있는 과수재배 농장과 작업장을 마련해 자폐장애인들이 제과제빵 작업장과 순환근무 할 수 있도록 해 부모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게 유일한 소망"이라며 "서울에서 멀지 않은 지역에는 땅값이 만만치 않아 선뜻 시작하기가 쉽지 않지만 꿈을 꾸면 분명히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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