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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업종과 손잡고… 계열사 합치고… ICT업계 지각변동

■ 기술융합이 산업 지형도 바꾼다<br>■ 외국업체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성장정체를 극복하고 재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마트 기술 개발이 필요합니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텔레콤 월드 2009' 행사에서 "스마트 테크놀로지가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현재 통신과 일반산업, 방송과 인터넷 등 산업 간 융합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통신 인프라를 이용해 에너지와 자동차ㆍ물류ㆍ의료 등을 연결하는 새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의 이 같은 언급은 최근 국내외 ICT 산업의 흐름을 잘 지적해준다. 최근 들어 디지털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융합ㆍ결합ㆍ통합의 '3합(合)'이 ICT 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과거 통신 하나에만 매달렸던 ICT 기업들은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계열사들을 과감하게 합쳐 유무선 융합에 나서는 한편 다른 산업과도 적극적으로 손을 잡고 있는 양상이다. 모바일 금융시장 창출위해
이통사, 카드사와 지분제휴 추진

삼성·LG전자, 콘텐츠업체 손잡고
주문형 비디오사업 나서기도

유무선 융합따른 합병 바람은
'통합KT' 등장이 신호탄 역할
◇무선인터넷으로 통(通)하고=16일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ㆍKTㆍ두산 등 국내 업체를 비롯해 전세계 333개사가 회원사로 참여한 무선랜연맹(WiFi Alliance)은 최근 '와이파이 다이렉트' 기술규격을 조만간 완성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중반께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휴대폰ㆍ노트북ㆍ프린터ㆍMP3플레이어 등 무선인터넷 기능을 탑재한 다양한 기기들이 별도의 연결 케이블 없이 자유롭게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 유선을 통한 기기 간 연결이 이제는 근거리 무선통신을 통한 단말기 간 결합으로 변신한 것이다. KT와 SK텔레콤 등 국내 업체들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ㆍ인텔 등 해외 IT 업체들은 자동차부품 상태와 유류 정보 등 자동차의 각종 기능을 휴대폰으로 조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일부는 이미 상용화에 돌입한 상태다. ◇산업 간에 손잡고=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서로 다른 업종 간 장벽을 허물고 있다. KT와 SK텔레콤은 최근 BC카드와 하나카드 등과의 지분제휴를 추진하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보유한 모바일 기술과 금융이 결합할 경우 모바일 금융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각각 아마존, DVD 대여업체인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맺고 주문형 비디오(VOD) 사업에 나서기도 했다. 산업 간 제휴가 수평적 융합이라고 한다면 대기업과 중소 협력기업과의 결합은 수직적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KT는 오는 21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다른 업체들이 자사의 통신망을 빌려 통신서비스를 할 수 있는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VNO) 서비스를 개최한다. 지난 100여년 이상 유지해왔던 기간통신망 사업자들의 독점 장벽을 허무는 것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연관 기업들과의 협력 없이 독불장군처럼 행동할 경우 생존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라며 "기술발전에 따른 영역붕괴는 사업 간 결합을 더욱 촉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ㆍLG전자ㆍSK텔레콤ㆍKT 등이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라인 콘텐츠 마켓인 앱스토어를 개설하고 중소 협력업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계열사끼리 합치고=유무선 통합(FMC) 서비스 등 최근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유무선 융합 바람은 IT 대기업 계열사 내에 통합 회오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선과 무선, 방송과 통신 등의 융합 추세에 맞춰 비슷한 역량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통합KT의 등장은 이런 변화 추세의 신호탄이다. 특히 15일은 '합병'의 날이었다. LG텔레콤ㆍLG데이콤ㆍLG파워콤 등 LG통신 삼형제가 한 살림을 하기로 결정했으며 삼성그룹의 계열사 중 IT서비스 업체인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 팬택과 큐리텔 역시 합병을 선택했다. 또 최근 계열사 간 통신사업 재조정을 마친 SK그룹 역시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ㆍSK텔링크 등 텔레콤 삼형제를 한 가족으로 만드는 방안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로 입장을 선회한 상태다. 합병 러시가 이뤄진 데는 지난해 이후 불어닥친 경기침체의 영향도 있다는 게 일부의 지적이다. 비용과 조직 효율성을 볼 때 유사한 성격의 계열사가 따로 떨어져 있기보다 합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입장에서 합병의 가장 큰 매력은 조직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비용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최근의 합병은 비용보다는 시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적 필요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업체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스마트 그리드' 가장 활발
AT&T는 이미 시범사업중
기술 융합에 따른 산업 간 협력은 해외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과 에너지ㆍ환경기술이 하나로 합쳐지는 스마트 그리드 분야는 이미 상당 수준 진행되고 있는 상태다. 산업 간 협력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미국이다. 미국의 통신사인 AT&T는 현재 텍사스주 전력회사인 TNMP와 휴대폰을 이용해 전력량을 조절하는 서비스를 개발, 이미 시범사업에 나섰다. AT&T는 지난 3월에는 계량기 네트워킹 업체인 스마트싱크와 파트너십을 맺고 양방향 계량기 설치를 추진하면서 자사의 무선 네트워크를 개방하기도 했다. 같은 통신사인 버라이즌 역시 4월부터 계량기 업체인 이트론과 손잡고 계량기의 에너지데이터 관리를 위한 공동개발을 협의하고 있으며 앰비엔과도 가정과 집단 시설에 설치된 미터기의 데이터를 이동통신망을 통해 수집ㆍ분석ㆍ관리해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독일의 T모바일은 스마트 계량기 기술보유 업체인 에켈론과, 영국의 BT는 보다폰ㆍO2ㆍIBM 등과 손잡고 스마트 그리드 사업을 벌이고 있으며 구글과 제너럴일렉트릭(GE)도 이 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자동차와 IT가 만나는 텔레매틱스 분야도 글로벌 대기업들의 큰 관심거리다. 특히 기존의 텔레매틱스 기술이 단순히 자동차 문 개폐, 원격시동, 내비게이션 등에 머물렀다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것은 편하고 쉽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는 차와 인간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 인텔과 BMW, 제너럴모터스(GM) 등 8개 사업자들은 이미 지난해 5월 차량용 통합정보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은 상태. 이들은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에는 상용화 서비스가 실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들에 뒤질세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포드 등도 자동차 전용 플랫폼인 ‘MS 오토 4.0’을 발표하고 스마트 자동차 개발 경쟁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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