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함께 뛰는 월드컵' 꿈 이뤘다

남북이 사상 처음으로 지구촌 축구잔치인 월드컵 본선 무대에 나란히 올랐다. 북한 축구대표팀은 1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킹파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와의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 B조 8차전에서 0대0으로 비겨 한국(4승4무ㆍ승점 16)에 이어 조 2위로 본선 직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북한은 사우디와 나란히 3승3무2패(승점 12)가 됐지만 골득실 차(북한 +2, 사우디아라비아 0)에서 앞서 B조 2위 자리를 지켰다. 북한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것은 통산 두번째로 8강 신화를 썼던 지난 1966년 잉글랜드대회 이후 44년 만이다. 일찌감치 7회 연속 본선 진출(총 8회)을 확정한 한국에 이어 북한도 남아공 직행 티켓을 따내면서 월드컵이 탄생했던 1930년 우루과이대회 이후 무려 70년 만에 값진 본선 동반 진출이 성사됐다. 이번 동반 진출은 한민족의 우수성을 축구를 통해 세계에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금까지 분단국가가 월드컵 본선에 동반 진출했던 것은 1974년 동ㆍ서독이 조별리그에서 격돌했던 독일(서독)대회 이후 36년 만이자 사상 두번째다. 남북한이 유럽ㆍ남미와 비교하면 세계 축구의 변방국으로 분류됐던 점을 고려할 때 동시 본선 진출은 새 역사를 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남북이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맞대결을 펼칠 가능성은 적지만 최근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급랭된 관계를 다소나마 누그러뜨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국은 사우디와의 최종예선 7차전(0대0), 이란과의 8차전(1대1)을 무승부로 막아 북한이 자력으로 본선에 오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이날 비기기만 해도 직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던 북한은 사우디의 공세 속에 철벽 수비로 끝까지 골문을 지켜냈고 정대세(25ㆍ가와사키)와 홍영조(27ㆍFK로스토프)는 북한이 44년 만에 본선 무대를 밟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5회 연속 본선 진출을 노리는 사우디는 B조 3위로 조별리그를 마치면서 A조 3위 바레인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플레이오프를 치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