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분기 주식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였던 유틸리티 업종에 대해 '비중 확대' 전략을 구사할 타이밍이라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요 유틸리티 기업들의 1·4분기 실적도 양호한 데다 그동안 주가를 눌러왔던 요금인하의 파장이 사실상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유틸리티 5개사(한국전력(015760)·한전KPS(051600)·한전기술(052690)·한국가스공사(036460)·지역난방공사(071320))의 주가는 평균 5.27% 하락하며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12.7%)과 반대로 달렸다. 김상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연료비용 절감이 예상되는 우호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유틸리티 업종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연료비 절감보다 대통령 발언으로 요금 인하 가능성이 보다 강하게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낮은 물가에 대한 우려와 공기업 정상화 필요성 증가로 요금 조정 전망이 예상되지만 현재 상황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디플레이션에 가까운 경제지표 때문에 금융연구원에서는 에너지 관련 공공요금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물가안정과 공공 부문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주장으로 보이며 권위 있는 기관의 의견이어서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틸리티 기업들의 1·4분기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금융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유틸리티 5개사의 합산 1·4분기 영업이익은 2조9,66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범수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하락 효과가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단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며 "특히 LNG 단가 하락으로 연료비가 감소하는 한국전력과 지역난방공사의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전의 1·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2.3% 증가한 2조1,000억원, 지역난방공사는 69.1% 늘어난 1,33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범 연구원은 "한전은 2·4분기에도 추가적인 LNG 단가 하락에 힘입어 큰 폭의 영업이익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만 3·4분기쯤 요금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전년도 이익이 보장 이익을 밑돈 만큼 올해 요금 조정 폭은 약 2%로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한전은 올해 8조원의 삼성동 본사 매각 차익도 발생해 업종 내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3·4분기쯤 소유권을 이전한 후 세전이익에 반영될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약 3조5,000억원가량이 올해 만기 도래 예정인 차입금 상환과 배당 확대에 사용될 계획이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판매량 감소로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2% 감소한 6,9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으로 자원개발 가치가 크게 훼손돼 주가가 하락했다"며 "추가 하락 리스크가 제한적이고 유가가 오르면 해외자원개발 가치가 회복될 여력이 있어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접근해볼 만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가스공사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8배로 업종 내에서도 가장 저평가돼있다.
한전기술은 원자력 및 석탄 화력 발전소 설계 수주 잔액 증가에 힘입어 1·4분기에 1년 전보다 42.4% 증가한 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범 연구원은 "지난해 4·4분기까지 가나 EPC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는데 올해는 관련 비용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올해 추가 발주 물량이 크지 않은 상황이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프로젝트들의 매출 증가로 향후 2~3년 동안 안정적인 이익 증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전KPS는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급여 축소로 인건비 감소 효과가 나타나 1·4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8.8% 증가해 매출 상승폭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김열매 연구원은 "국내외 발전설비 정비보수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며 "안전에 대한 기준이 점차 강화돼 한전KPS의 매출과 이익이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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