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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로 그린 현대인의 초상

재미작가 권소원 국내 첫 개인전

갤러리시몬 전시장 내 계단에 설치된 권소원의 영상설치작품 '캘린더(앨리스)' /사진제공=갤러리시몬

인물화는 인류가 말과 글을 확립하기 이전인 선사시대부터 그려졌으며, 색연필을 잡기 시작한 어린 아이가 마구 그려대기도 하는 '본능적'인 그림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물화는 개인적 기록인 동시에 '사람'에 대한 당대의 가치관을 투영해 보여준다.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재미작가 권소원(49)은 한땀 한땀의 바느질 선으로 간결하게 인물화를 그려낸다. '애버리지 피메일(Average Female)', '애버리지 메일(Average Male)' 등의 제목을 번역하면 '평균 인간'. 눈코입이 생략된 이 선 드로잉은 시(詩)처럼 간단하지만 사색적이고 함축적이다. 기법도 독특하다. 작가는 두 장의 종이를 위에서 떨어뜨린 다음 이들이 겹쳐진 '우연한 만남'을 그대로 붙여서 템플릿(templateㆍ형판)으로 형태를 잡아 손바느질로 완성한다. 두 종이를 결합하는 것을 "서로 다른 틀을 합치려는 노력"이었다고 말하는 작가는, 6살 때 이민간 재미교포로서 문화적 이중성을 결합하는 데 공을 들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바느질이라는 행위 역시 '여성 정체성'에 대한 작가의 고뇌를 반영한다. 형태의 틀인 템플릿을 사용하는 것은 획일적 존재인 현대인들을 꼬집는다. 가느다란 선에는 예리한 시대적 통찰이, 바느질의 노고에는 인간성(humanity)에 대한 애수가 묻어나는 작품이다.

작가는 "나는 간결한 것을 좋아한다. 시(詩)가 몇 개의 단어로 많은 것을 표현하듯 간단한 아이디어만으로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것을 즐긴다"라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역사가 어떻게 초상화의 정체성에 반영되는지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상설치와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멜로(melo)' 시리즈는 친구의 권유로 본 한국드라마에서 영감을 얻었다. 바라보고 업어주고 끌어안는 장면들은 누구나 꿈꾸는 멜로의 애틋함이지만, 이면에는 뻔한 틀을 가진 멜로드라마의 단순함 속에서 어떤 식으로 깊이있는 변주가 가능한지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 깔려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초상화는 노래로 그렸다. 미국민요 '셰넌도어(Shenandoah)'와 그 가사를 적은 네온 작업을 선보인 작가는 "클래식을 좋아하면서도 '셰넌도어'를 즐겨 들으시던 아버지인데, 내가 아버지의 전부를 알지 못하더라도 그 음악의 들으시던 순간의 아버지는 '안다'고 자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대학과 프렛인스티튜트 대학원 출신인 작가는 2000년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해 2000년 광주비엔날레, 2001년 요코하마트리엔날레 등에서 활약하며 국제적으로 호평받고 있지만 한국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의동 갤러리시몬에서 12월14일까지 전시는 계속된다. (02)720-3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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