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가 개인의 신용도에 따라 고객을 다르게 대접하는 ‘신용 차별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개인신용 정보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불량ㆍ연체정보를 걸러내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 중심이었다면 지금부터는 개인의 신용상태에 따른 ‘포지티브(Positive) 정보’를 차별적으로 제공, 신용도가 높은 사람들이 우대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개인고객의 금융거래 전력과 금융권의 자의적인 판단이 차별대우의 근간이 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크레디트뷰로(CBㆍCredit Bureau) 회사들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 동안 개인CB시장을 한국신용정보, 한국신용평가정보 등 민간 신용평가회사가 양분해왔다. 그러나 최근 정부 주도로 국민ㆍ우리ㆍ하나ㆍ외환은행, 삼성ㆍLG카드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설립한 한국개인신용(KCB)이 가세하면서 3파전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특히 KCB가 국민은행 등 11개 대형 금융기관으로부터 넘겨 받은 수많은 고객정보를 바탕으로 CB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CB회사들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한신정과 한신평정보는 그 동안 신용평가회사를 운영하면서 축적된 노하우와 CB정보를 더욱 고급화함으로써 CB시장을 수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들 회사는 신용평가 분석기법을 정교화하기 위해 세계3대 CB회사인 익스페리언ㆍ트랜스유니언사와 각각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었다. 한신정은 익스페리언과 함께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 사전에 사기 여부를 적발하는 신청사기방지 서비스와 CB평점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한신정은 또 CB 운영의 핵심요소 중 하나인 정보기술(IT)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100억원을 들여 차세대 IT시스템 구축에 나서고 있다. 한신평정보도 트랜스유니언과 신용평점모형 기술도입 계약을 체결해 한국형 CB시스템 개발에 들어갔다. 한신평정보는 이를 통해 우선 오는 6월 말께 기존의 CB측정 시스템보다 불량 예측력이 한층 강화된 트랜스유니언스코어(TU score)를 개발, 본격 서비스에 돌입할 계획이다. KCB는 지난달 금감원에 예비인가신청을 제출한 데 이어 10월 서비스 개시를 위해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KCB는 또 설립 당시 주축이 된 국민은행 등을 중심으로 한 제1금융권 마케팅을 강화하는 동시에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과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이밖에 개별 금융기관들도 자체 신용평가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새로운 신용평가 시스템 도입에 서두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개인고객을 세분화한 새로운 개인신용평가시스템을 도입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9월 차세대전산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새로운 신용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기존 대기업ㆍ중소기업ㆍ개인 등의 신용평가 시스템에서 영세 자영업자인 소호(SOHO) 평가 모델을 추가해 고객의 신용평가를 보다 정교하게 할 수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기존 업체인 한신정ㆍ한신평정보가 업무영역을 보다 확대하고 KCB도 하반기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올해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개인신용평가의 원년이 될 전망”이라며 “앞으로는 개인신용정보시장에 대한 금융권의 수요가 더욱 급증할 것으로 보여 개인들의 신용정보를 수집해 판매하는 CB회사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병철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불량자 등록제도의 개편, 신설 CB회사의 설립 등 개인신용정보시장의 환경변화에 따라 업계의 영업형태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융권간 정보공유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여부가 관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개개인의 신용정보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동시에 금융서비스의 다양화, 업체별 가격 차별화 등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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