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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12월 7일] 상생의 길

울산의 현대중공업 조선소 곳곳에는 크레인이 우뚝 솟아 있다. 스웨덴에서 단돈 2달러에 구입한 세계 최대 갠트리크레인(gantry Crane), 일명 골리앗 크레인은 이제 현대중공업 성공신화의 상징이 됐다. 현대중공업을 상징하는 것이 또 있다. 본사 입구 공장외벽에 쓰인 글귀다.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한 말이다. '우리'와 '나라'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뜻하는 것으로 상생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현대중공업 직원들은 매일 아침 출근길에 이 글귀를 보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현대중공업은 올해까지 15년째 무분규 노사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것이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1등의 조선소로 우뚝 설 수 있던 비결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지난 11월28~29일 이틀간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하반기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 다녀왔다. 정부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내년도 국정운영의 주요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으면서 부당한 노사관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은 최고의 직장으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우리 공사만 해도 근래 들어 매년 사원을 뽑고 있는데 평균 수백 대 일의 경쟁률을 보였다. 우수한 인재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뽑을 때는 일류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삼류로 전락하고 마는 것 또한 현실이다. 민간 기업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한 채 무사안일ㆍ보신주의ㆍ복지부동의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왜 그럴까. 민간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과감히 변화와 혁신을 받아들인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 받는 공공기관은 변화와 혁신을 외면하고 두려워한다. 이것이 주인의식의 부재를 가져오고 방만경영의 원인이 된다.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종신고용과 연공서열 위주의 인사관행은 일본 기업의 장점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하지만 치열한 국제 경쟁환경 속에서 정체위기를 겪으면서 그런 관행은 무너졌다. 혁신하지 않은 조직은 도태되고 소멸될 수밖에 없다. 지난 몇 년 전부터 세계 자원시장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먹고 먹히는 자원전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우리공사는 자원확보에 전념하고 경제위기 극복에 동참하기 위해 노사가 올해도 임금동결 및 단체협약체결을 공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합의했다. 노조 측의 제의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값지며 개인적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외부와 담을 쌓은 조직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역사가 증명한다. 변화와 혁신이야말로 진정한 상생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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