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국가 주도의 IT 인프라 구축의 선례를 밟아 이제는 영화ㆍ방송ㆍ애니메이션 등 미디어 콘텐츠 산업 육성에 국가역량을 집중해야 될 때가 됐습니다." 이효성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이 17일(현지시간) 개막돼 20일까지 5일간 프랑스 칸에서 개최 중인 세계 최대 미디어 프로그램 견본시장 'MIPTV/Milia2007'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전 부위원장은 "IT 고속도로는 충분한 만큼 이제는 이 고속도로를 질주하게 될 자동차 제조, 즉 미디어 콘텐츠가 중요하게 됐다"며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 창의력과 기획력을 갖춘 제작인력 육성에 국가가 팔을 걷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위원장은 콘텐츠 진흥기관 일원화, 문화수출지원체제 강화, 인력양성 프로그램 체계화 등을 몇 개의 예로 제시했다. 그의 지적은 IPTVㆍDMBㆍ디지털전환에 따른 채널 숫자 증가 등 TV방송 채널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이 채널을 채워넣을 방송프로그램은 턱없이 부족한 국내 현실을 그대로 적시한 것이다. 이 전 부위원장은 "창의성 있는 기획력은 인건비가 저렴한 제3세계 인력이라는 글로벌소싱을 통해 현실화할 수 있는 국제시장이 이미 형성돼 있다"며 달라진 제작환경에 맞춰 국가인력 양성체제도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위원장은 특히 'MIPTV/Milia'의 아시아판 버전(Version)을 한국이 주도하는 방안도 아이디어로 제시했다. "1인당 1,000달러 정도를 입장료로 내는 이 행사에 지난해에만 97개국에서 1만2,000여명이 참가했고 각국 방송 정부기관, 방송사업자, 콘텐츠 제작업체 1,519개사가 막대한 부스비용을 대며 전시관을 열었습니다. 행사 기간 중 거둬들이는 관광수입은 또 어떻습니까.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의 활로는 뜻밖에 이런 소프트산업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됩니다." MIPTV/Milia는 다국적기업인 리드 엑스포(Reed Expo)사의 자회사인 리드 미뎀(Reed Midem)사가 지난 63년 시작해 매년 4월 칸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Palais des Festivals)에서 열고 있는 43년 역사를 가진 국제TV프로그램 판매시장이다. 이 전 부위원장은 "국내 TV프로그램의 해외수출액의 93% 정도가 동남아시아와 일본ㆍ대만ㆍ홍콩 등에 편중돼 있다"며 "미디어융합(Media Convergence)시장에서는 미주와 유럽인의 정서까지 사로잡는 새 유형의 장르와 내용개척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강력한 국가차원의 아이디어가 가동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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