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ㆍ도요타ㆍ혼다 등 일본의 글로벌 기업이 대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 맞서 가동하고 있는 컨틴전시플랜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삼성ㆍLGㆍ현대차 등 우리 기업도 위기상황 발생시 가동할 비상플랜을 세워놓고 있지만 일본 기업과 큰 차이가 있어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일본 위기대응의 장단점을 분석해 국내 기업도 새로운 위기대응 매뉴얼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기대응팀 상시가동, 구체적인 비상계획 마련=일본 기업의 위기대응과 국내 기업의 위기대응에서 차이점은 우선 '준비성'을 꼽을 수 있다. 닛산의 한 관계자는 "평상시에도 '비상대책 전략팀'이라는 위기대응팀이 항시 가동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평상시에 위기를 준비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위기대응팀 상설화는 닛산만 시행하는 것이 아니다. 혼다ㆍ도요타 등 대다수 일본 기업이 위기대응팀을 항시 가동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은 평상시에는 해당 팀에서 모니터링을 하다 사태가 발생하면 테스크포스를 꾸리는 식이다. 실제로 일본 대지진 여파가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기업의 대다수는 각 사업본부나 팀별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시 위기대응팀이 없다 보니 일단 담당 부서가 챙기고 문제가 확대되면 전사 차원의 태스크포스가 꾸려지는 것이 일반적이다"라고 말했다. 컨틴전시플랜이 세밀하다는 점도 돋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컨틴전시 플랜이 대외비라 공개가 안 되지만 일본 기업은 지진ㆍ화재뿐 아니라 글로벌 정치 및 사회적 변동 등 세부적으 나눠 비상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며 "우리보다 좀 더 세밀하고 구체적인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평상시는 정보통제, 하지만 위기 때는 공개=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기업은 내부 정보 통제가 무척 강하다"며 "절대로 정보를 특정 개인 등에게 흘리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보통제를 자랑으로 하는 일본 기업도 위기가 닥치면 달라진다.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그것. 실제로 이번 대지진 과정에서 소니ㆍ도요타ㆍ닛산 등 주요 기업은 공시 외에도 홈페이지나 글로벌 미디어에 거의 하루 단위로 피해 및 복구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물론 기업의 대외비는 공개하지 않지만 신속하게 자사의 상황을 알리고 있다. 닛산은 지진 발생 이후 매일 전세계 언론에 자사의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 소니도 홈페이지를 통해 자사의 피해 상황 등을 공개하고 있다. 금융 당국 공시와 별개로 이들 일본 기업은 위기시 정보를 신속하고,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기업 위기대응의 특징 중 하나는 1차 발표, 2차 발표 등 내용을 수시로 업데이트하며 공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도 조업중단 등의 경우 공시를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공시 내용은 기초적 수준에 불과하다. 아울러 홈페이지나 언론 등을 통한 공개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따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위기가 발생하면 잘 공개하지 않는 것이 관례"이라며 "이것이 일본의 위기대응과 우리 기업의 위기대응의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강력한 컨트롤타워, 위기시에는 단일 조직=일본 기업의 위기대응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강력한 컨트롤타워다. 위기대응팀이 상시 가동되는 가운데 대지진 등 재해가 발생하면 그 순간 위기대응팀이 최상위 결정기구가 된다. 일본 기업은 위기시 위기대응팀이 모든 조직과 시스템을 움직이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본사 위기대응팀의 강력한 컨트롤 아래 일본은 물론 전세계 해외 법인이 행동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대지진 사태가 수습되면 일본 기업이 이 과정에서 보여준 위기대응 플랜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여기에서 우리보다 잘된 것이 무엇인지 분석해 받아들일 것은 과감히 수용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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