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폭락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중국 정책당국이 연일 돈을 쏟아부으며 인위적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진짜 경제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좀비기업(한계기업)이 급증하고 지방 부채가 치솟아 중국 경제를 더 큰 위기로 내몰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주 말 신화통신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가 지난해 말 현재 24조위안에 달해 전년 6월 말 이후 18개월 새 3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중국 지방정부의 부채비율은 86%에 달하게 됐다. 지방정부 부채비율의 위험 경계선은 80~120% 범위라는 게 신화통신의 전언이다. 중국 재정부의 리우샹시 소장은 "86%는 아직 경계에 이른 수준은 아니지만 위험이 만만치 않다"고 경고했다.
해당 부채액 중 15조4,000억위안은 지방정부가 직접 상환의무를 진 일반 부채로 2013년 6월 말(10조8,000억위안) 대비 42.6%나 늘어난 수준이다. 나머지 8조6,000억위안은 우발채무이지만 이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주 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나랏빚을 억제하기 위해 지방 부채 채무 상한을 16조위안으로 결정하는 법안을 처리했는데 우발채무는 이 같은 채무 상한 제한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고 신화통신은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경제성장 둔화로 지방정부의 재정수입도 감소하면서 채무 상환능력은 더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산둥성 정부의 한 재무담당자는 "기존 자금조달 채널은 좁아지고 있다"며 "(지방정부들의) 채무는 느는데 주요 건설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증가하는 큰 압박에 직면해 있다"고 소개해다.
기업 부문에서는 한계기업에 대한 퇴출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중국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주말판에서 "좀비기업들로 중국 경제에 구멍이 숭숭 뚫렸다"며 고성장기에 투자했던 기업들의 과잉생산 능력을 해소해야 중국 경제가 정상화될 수 있지만 기업들은 문을 닫는 대신 산송장처럼 연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중국 산시성 남동부 도시인 창즈의 경우 과거 부동산 호황기 시절 건설 수요를 노리고 시멘트 공장이 대거 지어졌지만 건설 경기가 고꾸라지면서 시멘트 공장 초과공급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현지 3대 주요 시멘트 공장의 생산량만 해도 수요의 세 배를 초과할 정도라는 것이다. NYT는 창즈시멘트그룹 현장은 2년 전 가동이 중단돼 개 짖는 소리만 들릴 정도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사정은 실업으로 이어져 사회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탓에 중국 정부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최근 인민은행이 기준금리를 다섯 차례나 낮춘 것은 이 같은 경기부진 속에서 억지로라도 성장을 자극해보려는 몸부림으로 이해된다. 아울러 정부는 각종 연기금과 공공기관을 동원해 인프라 건설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위적인 부양책은 되레 좀비기업을 연명하게 해 중국 경제의 위험만 키운다고 NYT는 비판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 피치의 그레이스 우 전무도 이에 대해 "부채 규모만 키울 뿐"이라며 "침체된 경제는 물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