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노동조합은 최근 의미 있는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외이사를 직접 선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 금융계에서는 처음 나오는 시도인데 이는 '실험'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지분 0.25% 이상만 보유하고 있는 한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은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사회 표결에서 통과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스포트라이트는 계속된다.
그만큼 국내 금융사에 사외이사는 '뜨거운 감자'다.
국내 금융계의 관심은 오는 3월로 예정된 국내 4대 금융지주 주주총회로 집중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및 은행의 사외이사들의 임기가 다음달 대거 만료되기 때문이다. 현재 4대 금융지주 및 은행의 사외이사 총수는 57명인데 이 가운데 36명의 임기가 만료된다.
퍼센트로 따지면 무려 63.16%에 달한다. 절반이 넘는 현직 사외이사가 연임과 퇴임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이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지주가 8명의 사외이사 중 5명이 올 3월로 임기가 만료된다. 하나금융그룹은 8명 전원의 임기가 모두 소진되고 우리금융지주는 7명 중 4명이, 신한금융지주는 9명 중 4명이 임기가 끝난다.
금융 당국은 지난 2010년 초 금융기관 사외이사에 대한 새로운 모범규준을 마련했다. 이에 따라 과거 3년씩 연장하던 사외이사들의 임기는 최초 선임시 2년, 연임시에는 1년 단위로 해마다 갱신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 연임을 포함해 5년 이상 임기를 채운 사외이사는 물러나도록 캡을 씌어놓았다. 장기 집권한 사외이사들이 금융지주나 은행과 밀착하고 견제기능을 상실하는 폐단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현재 금융지주 및 은행 사외이사 중 2008년과 2009년에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들은 각각 올해와 내년까지 다시 한번 연임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 당국의 눈치다. 사외이사들의 장기집권 관행을 철폐하겠다는 금융 당국의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5년이라는 기한을 모두 채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지주사별로는 하나금융그룹의 정해왕 사외이사가 5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다. 나머지 인사 중에서는 조정남ㆍ유병택ㆍ이구택ㆍ김경섭 사외이사가 2008년부터 활동을 했고 김각영ㆍ허노중 사외이사는 2009년에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KB금융지주의 경우 각각 2008년ㆍ2009년부터 활동해온 함상문ㆍ조재목 사외이사의 거취가 관심사다. 두 사외이사는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행장 때부터 활동했는데 현재 KB금융지주가 어윤대 회장 체제로 굳어진 상황에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연임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지주는 방민준ㆍ신희택 사외이사가 2008년에 선임돼 올해로 4년 차를 맞았고 이헌ㆍ이용만ㆍ이두희 사외이사가 3년째 연임을 하고 있다. 이 중 5년 연임을 앞두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거취가 관심사다. 신한지주는 대다수 사외이사들이 한동우 회장 취임 이후 새롭게 합류한 인사들이어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사측과의 밀착을 방지하고 견제기능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사외이사가 교체되면 업무의 계속성이나 안정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금융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금융지주로서는 뚜렷한 스탠스를 잡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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