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입수한 4쪽짜리 'IMF 이사회 회의 극비 요약본'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IMF는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어 그리스의 3차 구제금융을 위해 그리스 정부와 EU 집행위원회, ECB 등 국제채권단 협상에 참여하되 최악의 경우 내년까지 860억유로(약 109조8,000억원) 상당의 3차 구제금융 지급 결정을 유보하기로 했다. 그리스가 종합적인 개혁조치에 동의하고 유로존 채권단이 그리스에 대한 채무탕감에 합의한 뒤에야 3차 구제금융 지급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회의 요약본에서 IMF는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네 가지 기준 중 두 가지를 충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리스가 경제개혁을 시행하기 위한 정치적·행정적 능력을 갖췄음을 증명하고 중기적으로 공공부채를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지만 IMF는 그리스가 올가을까지 이 기준들을 충족시킬지 불분명하다고 판단했다. 또 IMF는 앞서 그리스 문제 해결을 위해 채무상환 유예기간을 30년으로 대폭 늘리거나 채무를 탕감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지만 유로존은 채무탕감 불가 원칙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IMF의 입장은 그리스 위기를 다시 증폭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IMF가 내년까지 결정을 유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되면 ECB와 EU는 IMF가 결정할 때까지 그리스가 파산하지 않도록 필요한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게다가 IMF가 3차 구제금융 지급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1위 채권국인 독일 의회가 3차 구제금융 지급을 승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지급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해 야누스 바루파키스 전 그리스 재무장관과 일부 그리스 관리들은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이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바루파키스 전 장관은 "IMF와 쇼이블레 장관은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그들은 3차 구제금융 협상이 진행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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