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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 사람] 이수경 한국P&G 사장

■ 직원이 곧 고객… 섬김의 리더십 중요하죠<br>재택근무·탄력 출퇴근 등 독보적 여성친화 경영<br>인재 중시하는 내부 승진제로 조직 일체감 높여<br>협력사와 파트너십 강조… 대부분 장기간 거래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여성 리더십이 국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가장 뜨거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P&G 사상 첫 여성 리더로 발탁된 이수경(46ㆍ사진) 사장 역시 여성 리더로 화제를 모았다.

취임 10개월을 맞은 이 사장을 최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P&G 본사에서 만났다. 빨강색 재킷을 입은 그는 지난해 7월 취임 초기와 달리 생동감과 함께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그에게 여성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맨 먼저 물어봤다. 그는 "리더십에 굳이 성을 구분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명제를 하나의 그림으로 쉽게 풀어냈다.

"보스(boss)가 고객을 보고 돌아서 있는 직원의 엉덩이를 바라보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만화 포스터가 떠오르네요. 고객에게 얼굴을 보이는 직원을 섬기는 리더를 표현하는 내용이죠. 만약 회사 임직원들이 보스를 쳐다보며 일을 하면 우리 고객들은 직원들의 엉덩이(뒷모습)를 보게 되니까 그런 일은 있으면 안 된다는 얘기지요."

그는 결국 리더에게 필요한 것은 섬김의 리더십과 지식 기반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생활용품 회사의 특성상 매일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와 가장 가까이 있는 직원들을 섬기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품에 대한 지식이 가장 많은 전문가를 존중하는 지식 기반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사실 이 사장이 리더십에 성 구분이 필요 없다고 말한 배경은 한국P&G의 기업문화와도 관계가 깊다. 한국P&G는 여성인력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기업이며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가족친화기업으로도 명성이 높다. 실제로 천안 공장을 포함한 전체 직원 300여명 가운데 절반이 여성이다. 여성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생산 및 영업본부마저도 절반에 달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는 독보적인 여성친화적 경영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1주일에 1회 재택근무가 의무적으로 시행되며 출퇴근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직원들의 건강을 위해 1주일에 두 차례 마사지를 받으며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과일이 나온다. 더 나아가 사내 '헬스 트레이너'가 직원들의 식이요법과 운동법, 멘털 관리 등에 대해 조언해준다. 이 사장은 "직원들의 정신과 육체가 조화를 이룰 때 생산성과 만족감이 극대화돼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고 이는 곧 소비자와 친화적인 관계로 직결된다는 게 P&G의 경영이념"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남양유업 사태로 협력사와의 관계에 관심이 고조된 현실에서 한국P&G의 파트너십은 어떨까. 이 사장은 "우리 회사는 협력업체가 수익을 못 낼 경우 (그들의 생존을 위해) 파트너십을 심각하게 고려한다"면서 "반대로 하루아침에 관계를 단절하는 경우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국P&G는 협력사가 브랜드에 대한 이해와 정신(spirit)을 공유한다고 판단되면 10년이고 20년이고 잡았던 손을 놓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로 한국에 진출한 지 25년이 된 한국P&G는 10년 이상 거래한 협력사가 여러 곳이다. 한국P&G 설립 때부터 함께했던 포장재업체와 1994년부터 함께해온 시설 유지보수업체 2곳은 20년이 넘게 협력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헤어케어 브랜드 '팬틴'은 론칭한 1993년부터, '헤드앤숄더'는 론칭한 2003년 이후부터 지금껏 같은 광고대행사와 일하고 있다. 176년 역사를 이어온 P&G 본사의 내공과 저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파트너십 못지않게 P&G는 인재를 중시하는 인사정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사장은 "고객의 한 사람인 직원들의 삶을 향상시키지 못하고서는 소비자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게 P&G의 미션"이라며 "우리 회사의 존립 가치에 가장 가깝게 있는 고객이 바로 직원"이라고 말했다.

P&G의 인사제도 가운데 특이할 만한 것이 내부승진제다. 경력직이 많은 회사보다는 입사하면서부터 회사의 경영이념을 공유해 전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같기 때문에 직원들 간의 일체감이 높다고 이 사장은 내부승진제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각계각층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혁신을 요구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남들은 외부전문가 수혈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P&G의 100% 내부승진제는 자칫 폐쇄적인 인상을 줄 법하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조직과 제품의 리노베이션을 위한 P&G만의 개방형 혁신전략 프로그램인 'C&D(Connect&Developmmnet)'가 이를 충분히 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D는 필요한 기술이라면 경쟁사와도 손잡고 혁신을 추구한다는 P&G만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통한다.

이 사장도 사원으로 입사해 사장까지 올랐으니 내부승진제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장은 여러 브랜드의 매니저를 거치면서 성공 브랜드를 많이 낸 직원으로 사내에서 유명했다.

이 사장은 특히 1999년 국내 시장 점유율이 불과 1~2%대에 불과했던 샴푸 브랜드 '팬틴'의 성공 신화를 제일 먼저 떠올렸다. 당시 팬틴은 전세계 많은 나라에서 성공했던 브랜드였지만 유독 한국에서는 1993년 론칭 이후 1999년까지 내리 '백전백패'의 루저(loser)였다.

"브랜드 매니저로 팬틴을 처음 맡았는데 지속된 실패로 포기하느냐 기로에서 한국에서의 실패 원인과 다른 나라에서의 성공 원인을 몇 개월간 분석하고 벤치마킹했어요. 본사는 한국지사의 의견을 100% 수렴해 마지막 투자를 약속했고 한국P&G는 '14일의 약속'이라는 '제품 전액 환불제도' 마케팅전략을 성공시켜 재론칭 1년 만에 매출이 80% 늘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나 최고 리더가 된 이 사장은 제2, 제3의 팬틴 신화를 꿈꾸고 있다. 한국은 신화 창조를 위한 기회가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너무도 역동적인 시장이다. 현재 판매 중인 P&G 제품은 팬틴ㆍ헤드앤숄더ㆍ웰라ㆍ질레트ㆍSK-Ⅱ 등 10개 뷰티 제품과 다우니ㆍ페브리즈ㆍ듀라셀 등 4개 섬유 및 가정용품, 오랄비ㆍ위스퍼 등 2개 건강용품 등 총 14개 브랜드다. 이 중 업계 1위는 오랄비ㆍ질레트ㆍ페브리즈ㆍSK-Ⅱ 등 아직 4개에 불과하다. 지난해 글로벌 P&G의 제품 중 50개 이상이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P&G의 성적표는 '겸손한' 편이다.

이 사장은 불황이라는 현재의 위기가 기회라고 단언했다. "아시아에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위인데 한국P&G의 성적표는 시장 규모와 소비자들의 수준에 비해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소비자조사를 해보면 1위 브랜드마저 지난 1년간 기존 고객의 재구매율이 20%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불경기라 소비가 줄겠지만 아직도 우리 브랜드를 접하지 않은 소비자가 많은 만큼 브랜드의 잠재력에 집중하고 한번도 브랜드를 접하지 않은 소비자들을 새 고객으로 끌어들이면 그만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P&G 제품은 한번 써보기만 하면 무조건 쓰게 돼 있다"고 자신하는 이 사장은 한국P&G의 목표를 아시아 3위로 세워놓고 있다. 한국 GDP에 걸맞게 모든 브랜드와 아이템을 GDP 수준인 아시아 3위로 끌어올리겠다는 것. 한국 소비자들의 세분화된 니즈와 리노베이션을 접목시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신규 브랜드를 속속 들여올 방침이다.

평생 한 직장에서 외길을 걸어온 이 사장은 회사가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됐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회사 중 이 한 회사만 20년을 다녀온 것이 지겹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일터는 '내일이 오늘보다 낫고 1년 전보다 지금 더 나은 사람이 됐다'는 생각을 주는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국P&G는 매번 편안해질 만하면 내게 또 다른 숙제나 도전을 던져줬고 끊임없이 성장하도록 해줘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일을 하면서 계속 발전하는 것이 일이 주는 최고의 가치인데 그게 잘 맞아떨어진 거죠."

마지막으로 이 사장에게 일과 육아의 양립이 어려운 한국의 현실에서 워킹맘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엄마가 행복하고 만족해야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다"면서 "선택했으면 질문하지 말고 해결책을 찾으라"고 당부했다. "전업주부건 워킹맘이건 그 선택을 하기까지 충분히 많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고민 끝에 선택했으면 그 선택을 따르면 됩니다. 대부분의 워킹맘들이 일을 하다가 어려움이 닥치면 일을 그만두느냐 마느냐 하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되돌아가고는 하는데 어렵게 선택한 만큼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She is… ▲1966년 서울
▲1989년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학사
▲1989년 제일기획 광고기획 AE
▲1993년 연세대 경영학 석사
▲1994년한국P&G 위스퍼 어시스턴트 브랜
드 매니저
▲1997년미국P&G 글로벌 여성용품 전략팀
브랜드 매니저
▲2002년 한국P&G 마케팅 총괄 디렉터
▲2003년미국P&G 글로벌 코스트코팀 마케
팅 디렉터
▲2008년P&G 아시아본부 헤어케어 마케팅
디렉터
▲2012년~ 한국P&G 사장

■ 이수경 사장은

입사 18년만에 첫 여성 CEO 올라… "이노베이션 허브 역할 해낼 것"

심희정기자

지난해 7월 한국P&G 사장직에 오른 이수경 사장은 한국P&G 설립 25년 만에 처음으로 탄생한 한국 국적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한국P&G에 사원으로 입사해 사장직에 오른 첫 번째 인물이다.

1989년 제일기획 광고기획 AE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이 사장은 2년 뒤 연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후 1994년 한국P&G와 첫 인연을 맺은 지 18년 만에 CEO 자리까지 올랐다.

생리대 브랜드인 '위스퍼'의 어시스턴트 매니저를 첫 임무로 맡은 그는 위스퍼가 한국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어 프리미엄 감자칩 '프링글스'의 성공적인 출시와 더불어 샴푸 브랜드 '팬틴 신화'를 일구며 2002년 한국P&G 마케팅 총괄 디렉터로 승승장구했다.

2003년에는 미국 글로벌 코스트코팀의 마케팅 디렉터로서 해당 사업이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미래사업 성장을 위한 근간을 마련했다. 미국에서 글로벌 경험을 쌓은 뒤 2005년 한국 마케팅 총괄 디렉터로 재임명된 그는 마케팅 리서치, 미디어, 소비자 마케팅, 인터넷 및 홈쇼핑 판매 등 다양한 분야를 총괄했다.

이 사장은 또 SK-Ⅱ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5년 연속 SK-Ⅱ 매출 최고기록을 경신했으며 한국을 세계 2위의 SK-Ⅱ 시장으로 성장시켰다. 특히 SK-Ⅱ의 한국 성공에 힘입어 SK-Ⅱ 남성 화장품은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출시되기도 했다.

2008년에는 P&G 아시아 지역 총괄 마케팅 디렉터로 임명돼 일본ㆍASEANㆍ호주ㆍ인도ㆍ한국의 헤어케어사업을 이끌게 됐다. 해당 지역은 고속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인도ㆍ태국ㆍ베트남 시장에서 기록적인 시장점유율을 달성하고 필리핀에서는 다시 시장 1위 자리에 오르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한국P&G의 수장이 된 이 사장은 앞으로 한국P&G가 글로벌 시장에서 테스트마켓으로는 물론 이노베이션 허브로서 중심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도록 한국P&G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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