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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주 포스코 지분마저 안 팔리네

투자수요 부진으로 SKT 보유 지분 매각 연기


SK텔레콤이 소유하고 있는 포스코 지분 절반을 팔려고 내놨지만 투자 수요 부진으로 결국 매각 일정을 연기했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우량 기업 포스코의 주식도 시장에서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27일 SK텔레콤은 이날 예정돼 있던 포스코 지분 일부 매각계획을 오는 12월 27일까지 연기한다고 밝혔다. 전날 공시를 통해 포스코 지분 248만1,310주(2.8%) 가운데 절반인 124만655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을 통해 매각한다고 발표한지 하루 만에 결정을 번복한 것이다. SK텔레콤은 이번 매각으로 4,4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매각계획이 연기되며 재구구조 개선 작업도 미뤄지게 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전날 장 마감 이후 주관사를 통해 투자자 모집을 시작했지만 투자 수요가 많지 않았다”며 “전날 유럽 증시가 2% 이상 급락하는 등 유로존 불안이 확산되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급전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무리해서 매각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매각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텔레콤이 최근 하이닉스 인수와 마케팅 강화로 추가적인 현금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재무적 부담이 크진 않다”며 “이번 매각이 성사됐다면 기존 현금 동원 능력 플러스 알파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었겠지만, 포스코 지분 매각을 무리해서 할 정도로 다급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지분 매각 불발은 오히려 포스코에 굴욕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K텔레콤은 이번 블록딜에서 26일 종가(37만1,000원)에서 최대 5% 할인된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되길 기대했다. 표면적으로는 글로벌 시장악화를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SK텔레콤이 제시한 가격도 투자자들에게는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증권사 연구원은 “5% 할인된 가격인 35만원~36만원대 수준은 절대적인 밸류에이션을 고려해도 투자자들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못한 가격대”라며 “포스코의 3ㆍ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고 4ㆍ4분기에는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어 5% 할인 수준으로는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이번 포스코 지분에 대해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며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참여 여부가 관건이었지만 포스코에 우호적인 외국인 투자자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이 매각 일정을 연기한 결정적 이유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포스코 지분 매각은 외국계 증권사인 씨티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 모건스탠리가 주관사를 맡아 진행했다. SK텔레콤으로서도 국내 기관투자자들 보다 외국계 기관투자자를 염두에 두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블록딜을 통해 매각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물량을 주관사가 총액인수 방식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오는 12월 27일 전에 시장 상황에 개선되는지 여부에 따라 포스코 지분매각에 다시 나설 예정이다. 처분 금액은 종전과 같이 최종거래일 전일 종가에서 5% 할인된 금액 이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포스코 지분 매각이 추가로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오버행(대량 대기물량) 이슈는 앞으로 포스코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SK텔레콤은 전날보다 0.34%(500원) 하락한 14만4500원에, 포스코는0.94%(3,500원) 내린 36만7,500원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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