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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vs참혹… 2색 미술전

● 김주현 '나선연구'전

기하학적 나선의 회로 추적… 우주공간 다양한 변이 표현

● 심승욱 '부재와 임재 사이'전

해초 뭉치와 뒤엉킨 배 파편… 세월호 참사 이후 폐허 담아

김주현 ''여분의 차원''

심승욱 ''부재와 임재 사이''

수학과 과학 원리를 미술로 표현하는 설치작가 김주현(50)과 해체된 폐허에서 찬란한 슬픔을 끄집어 내는 심승욱(43)의 개인전이 오는 12일부터 서울 통의동에서 나란히 개막한다.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두 작가가 펼쳐놓은 미처 몰랐던 아름다움, 역설의 미학을 한 걸음에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김주현이 신작을 선보인 갤러리시몬. 2층 전시장에 단독으로 설치된 '여분의 차원'은 우리 몸 속 DNA의 나선구조처럼 꼬인 매듭이 '뫼비우스의 띠'를 이룬다. 하나의 LED 전구에 4개의 선이 물리면서 격자구조를 이루고, 꾸불꾸불 엉키고 퍼진 공간이 나름의 규칙을 갖는다. 언뜻 불규칙해보이지만 정밀하게 자기반복적인 구조 '프랙탈(Fractal)' 형태로, 따뜻한 빛이 순환하며 흐름을 만들고 단번에 공간을 가득 채운다. 수학과 과학원리에 기반을 두고 이를 작품의 소재로 접목해 온 작가는 요즘 위상수학, 토러스, 순환논리 등 우주공간과 관련된 기하학적 개념을 연구하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골치아플 정도로 복잡한 이론이지만 표현은 지극히 간결하다.

김 작가는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교차하는 나선의 회로를 눈으로 추적하면서, 연속되는 격자가 만드는 그물망의 구조 속 어딘가 있을지도 모를 휘어진 우주 공간의 다채로운 변이를 상상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층에는 '토러스(도넛 모양의 곡면)' 연작 4점, 3층에는 작업과정을 엿볼 수 있는 벨트와 나무조각, 쿠션 등 다양한 소재의 모형과 드로잉이 빼곡하다. 전시는 5월15일까지.(02)549-3010

맞은 편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리는 심승욱의 전시는 '부재(不在)와 임재(臨在) 사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는 지난해 '사치&푸르덴셜 아이어워즈'에서 아시아 30개국 500여 후보작가를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작가다. 접착물질인 검은 플라스틱(초산 비닐수지)를 소재로 한 '구축과 해체'가 당시 수상작이었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이 소재가 주요하게 쓰였다.



'비바람이 치던 바다 잔잔해져 오면…'으로 시작하는 노래 '연가'에 이끌려 지하 1층 전시장으로 내려가면 확성기가 달린 나무 탑, 해초 뭉치와 뒤엉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검은 파편들이 뒹굴고 있다. 공중에 매달린 주황색 구조장비, 공중에 뜬 채 축 늘어진 어떤 이의 두 다리 등은 배(船)의 이미지 하나 없이도 자연스럽게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그는 "깔끔한 형태가 나오는 액체 플라스틱이 아닌 초산 비닐수지를 쓴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폐허를 표현하는 데 더 적합했기 때문"이라며 "확성기가 외쳐대는 정치·사회적 이슈보다 자식 가진 부모로서 느낀 두려움과 슬픔을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연가'를 배경음악으로 선택한 것도 같은 이유다. '노란 리본' 같은 의미, 아직 돌아오지 못한 9명에 대한 기다림을 잘 표현해주는 노래라는 것. 구석에 설치된 작은 스피커 앞으로 관객이 다가서면 센서가 작동해 불이 꺼지고 형광물질로 적은 글귀가 나타난다. 웰컴 어브로드(Welcome Abroad). '승선을 환영합니다'라는 이 한마디에 울컥 눈물이 난다. 전시는 4월 8일까지. (02)7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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