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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반도 변화의 시대 대응전략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동아시아연구원 아시아안보연구센터장


임기가 정해져 있는 한국 대통령은 3년 반이 지나면 레임덕에 접어들기 시작한다. 김정은이 북한을 통치한 지 3년 반이 지났지만 이제 시작에 불과한 느낌이다. 북한은 현재 예측이 힘들 정도로 변하고 있다. 내부적으로 권력 공고화, 세대교체, 경제발전 등의 목표를 추진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는 생존환경 강화, 외교고립 탈피 등 만만치 않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북한이 추구하는 핵심 목표들 사이에 풀리지 않는 딜레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전략적 딜레마를 만들어내는 모순을 북한이 어떻게 관리하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비책 마련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경제발전 동시 추구는 소위 병진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지만 숨겨진 다른 목표는 독재 유지다. 세 가지 목적은 서로 맞물려 딜레마를 창출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고도화를 추진하는 한 주변국은 북한 경제발전에 필요한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발전 정책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김정은의 지도력은 도전에 직면해 독재 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북한 경제가 발전하려면 개혁개방이 불가피하고 그렇게 되면 독재 유지에 어려운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구공산권 국가들은 계획경제와 공산당 독재에서 시장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할 때 일인 독재나 세습이 무너지고 최소한 권위주의 체제, 지도자의 합리적 교체로 귀결됐다. 핵무기가 아닌 방법으로 생존을 모색하면서 점진적 개혁개방을 추구하며 정치적 유연성을 도모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딜레마는 북한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다.

문제는 언제 어떻게 북한의 전략적 딜레마가 현실화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국은 단지 북한의 모순이 심화되기를 기다려야 하는가. 전략을 생각할 때 중요한 점은 무엇을 하는가에 못지않게 무엇을 하지 않고 있는가다. 무위 혹은 무시 전략은 그 자체가 강력한 시그널을 보낸다. 현재 상황에서 한국이 무위 전략을 추진한다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김정은은 붕괴유도 전략으로 오해할 것이고 북한 정권과 마음의 거리가 먼 세력들도 한국의 호의에 자신감을 잃을 수 있다. 중국은 한국 주도의 통일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동북아의 지정학을 고려해 신중을 기할 것이다.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국제정치 속에서 중국은 통일한반도의 미래 외교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무엇보다 대북 정책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상실한다면 주변국의 대북 관여에 뒤처지게 될 것이다. 한국의 무위 전략이 북한 내부를 결속시키고 북중관계 발전, 주변국의 한발 앞선 개입전략으로 귀결된다면 북한은 모순을 안은 채 버텨나갈 것이다.



주도권 잃지 말고 결속 강화해야

한국의 전략적 목적은 언제나 통일이다. 그러나 북한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해서 통일이 자동적으로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다. 통일에 이르는 로드맵의 불확실성도 동시에 증가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이 추진한 대북 포용, 강경의 이분법은 이미 현실을 감당하기 어려운 프레임이다. 한국은 미래 불확실성과 예상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에 동시 대처하는 새로운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북한에 관여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 정권의 전략적 결단을 요구하고 북한 내 여러 세력의 마음을 붙잡으며 북한의 전략적 모순을 명백히 하면서도 한국과의 결속을 강화시키고 주변국의 도움을 받으면서도 주도권을 잃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의도에 대응하기보다 정책수단을 동원해 의도를 조성해야 한다. 미래를 가장 확실히 예측하는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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