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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에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레인쥔 샤오미 회장의 손에는 샤오미의 신제품 MI노트가 들려 있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떠오르게 하는 레이쥔 회장의 패션처럼 샤오미의 신제품 MI노트는 애플의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노트를 잘 버무려 만든 제품이었다.
15일 베이징 국가회의중심에서 열린 샤오미의 신제품 발표회는 매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애플의 개발자대회(WWDC)를 옮겨 놓았다. 신제품인 샤오미 노트를 들고 나온 레이쥔 회장은 공격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제품 소개 첫 페이지는 아이폰 6플러스와 비교로 시작했다. 0.15mm 얇은 두께 11g 가벼운 무게를 강조하며 각종 내구성 시험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고 화면 크기를 아이폰 6 플러스보다 큰 5.7인치로 채택하며 MI 노트의 경쟁모델이 아이폰6와 갤럭시 노트임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물론 가격은 16기가가 2,299위안(약40만1,000원)으로 아이폰이나 갤럭시 노트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다시 한번 철저한 저가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짝퉁 애플인 샤오미에 중국인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가격이다. 애플이나 삼성 제품에 비해 절반가격에 비슷한 외형의 휴대폰을 살 수 있다. 또 안드로이드 기반의 OS를 가지고 있지만 MI OS라는 자체 OS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용자 인터페이스(UI)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중국인들이 목말라하는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중국내에서도 샤오미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린다. 카피캣(모방자)으로 시작해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했다는 호평이 있는 반면 '헝거마케팅'이 소비자를 농락하고 특허를 무시하고 만들어낸 하드웨어가 곧 한계를 보일 것이란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특히 샤오미의 성공에 대한 과실이 샤오미가 독차지 하면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협력업체들과의 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내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중국 경제 주간지 차이징에 따르면 최근 샤오미가 투자금을 유치했다고 웨이신으로 밝혔을 당시 500개의 협력업체들은 침묵했다. 몇 시간 뒤 한 협력업체 사장은 "샤오미가 친구를 잃고 있다"고 비꼬았다. 차이징은 스마트폰 업계에 적이 많다는 점도 샤오미의 약점이라고 지적했다. 내부에 적도 문제다. 지난해 대거 정리된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사주는 샤오미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어이없게도 샤오미의 최대 경쟁자는 애플도 삼성도 아닌 짝퉁 샤오미다. IT전문매체인 BGR은 레이쥔 회장이 "샤오미 대리점에서 파는 어떤 물건도 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샤오미가 모든 제품을 온라인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만큼 대리점은 전부 짝퉁이기 때문이다. 결국 짝퉁 전략으로 단시간에 성공을 거둔 샤오미가 짝퉁에 발목이 잡히고 있는 셈이다. 짝퉁 샤오미가 중국 전역에 판치고 있지만 정작 샤오미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짝퉁 업체에 대해 경고를 해도 '짝퉁이 짝퉁을 베끼는데 뭐가 문제냐'는 답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15일 신제품 출시로 본격적인 글로벌 경쟁에 나설 채비를 갖춘 샤오미가 '진짜 실력'으로 찬사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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