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급등 부담으로 지수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이 1년2개월래 최대 규모의 순매도에 나서면서 주식시장이 호흡조절에 들어갔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지수상승과 과열된 투자심리로 속도조절 차원의 조정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며 “외국인들도 그다지 싸지 않은 한국시장에서 매수보다는 매도로 투자방향을 잡고 있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내 증시의 재평가 과정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펀더멘털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매도 영향이 미미하고 조정이 오더라도 단기급등에 따른 숨고르기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외국인 6,500억원 순매도=16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1,972포인트까지 올랐지만 외국인의 대규모 매도로 장 후반 1,933포인트까지 하락한 후 결국 전날보다 13.42포인트(0.68%) 밀린 1,949.51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하루 동안 40포인트나 지수가 출렁거린 것은 외국인이 6,502억원이나 순매도했기 때문이다. 순매도 규모로는 지난해 5월23일(6,678억원) 이후 14개월래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지난 6월 이후 다시 매도세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매도 규모에 큰 의미를 두고 있지 않지만 한국증시의 투자매력도가 낮아지고 있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성주 대우증권 투자전략파트장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국내외의 펀드 청산으로 외국인 매도 규모가 급증할 가능성도 있다”며 “하지만 현재 한국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이 MSCI 기준 신흥국가의 97% 수준까지 올라와 있어 투자유인은 크지 않다는 점이 매도강화의 가장 큰 원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미국 기업조사전문업체인 IBES 집계 기준으로 한국증시의 주가수익비율이 13.7배로 영국(12.8배), 프랑스(13.1배) 등을 웃돌고 있어 싸다고 보기 힘든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원 푸르덴셜투자분석실장은 “한국 증시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른 탓에 외국인들이 언제든지 이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하지만 이미 2005년 이후 외국인의 빈자리를 국내 기관들이 메워가는 모습이 지속되고 있어 외국인 매도 증가가 상승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속도조철 차원 조정에 그칠 것=지수가 3월 이후 42%나 급등한 만큼 한차례 숨 고르기할 가능성은 크다. 대신증권은 중장기적 상승 추세는 변함이 없지만 2,000포인트 돌파에 앞서 1,980선이 저항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했다. 2,000선이 투자자의 심리적 기준선 역할을 할 수 있고 1,980선이 신흥아시아시장의 밸류에이션에 육박하는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호흡조절 차원의 조정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다만 조정폭은 현 수준의 5% 정도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 상승랠리 지속전망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은 이날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이 17.8배 정도까지는 상승 여력이 있다며 향후 12개월 지수목표치를 2,310포인트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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