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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失機 넘어 무기력… 자산 버블로 이어질 수도

■ G20·환율전쟁에 휘둘리는 거시정책<br>"물가보다 환율하락이 더 고민" 金 한은총재 '절박함' 토로<br>금융-실물 불균형 심화 불구 "연내 금리인상 힘들것" 관측도

한국은행이 이리저리 둘러봐도 꼼짝할 수 없는 덫에 빠져들었다.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는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와 글로벌 환율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아무런 정책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통화정책이 실기(失期) 논란을 넘어 무기력증에 빠진 것이다. 문제는 지금의 통화정책이 너무나 치명적인 독버섯을 잉태하고 있다는 점이다. 바로 자산 버블이다. 밀려오는 외국자금과 이로 인한 실물과 금융 간 불균형이 깊어지고 있음에도 통화정책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은 곧 버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절박함' 토로하는 김 총재, "지금은 물가 걱정할 때 아니다"=13일 정례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전쟁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김중수 한은 총재의 발언은 사실상의 '항복 선언'이나 다름없다. 김 총재는 이날 금리동결 배경과 환율전쟁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국제금융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고충을 토로했다. '고민' '어려움' 등의 단어만 수차례 되뇌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의 제1책무이자 당면 현안인 물가에 대해서는 과도할 정도로 '동결 명분'을 얘기하려 애썼다. 그는 "지난 9월 소비자물가가 3.6%였지만 농산물 상승 효과가 0.7%포인트에 달해 이를 제외하면 2.9%에 머물 것으로 추정된다"며 '2%대'를 고수(?)했다. 그러면서 김 총재는 "물가급등은 대외충격에 따른 것으로 단기간에 끝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쉽게 말해 지금은 물가 걱정을 할 때가 아니라 환율전쟁을 더 고민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통화정책 실기…연내 인상 못 할 수도=김 총재는 이날도 자신이 말한 "우측 깜박이를 켜면 우측으로 간다"는 말의 유효성을 강변했다. 그는 "4ㆍ4분기부터 내년까지 물가상승률 예상치가 3%를 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금리인상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데 힘을 주고 싶어했다. 하지만 한은 안팎에서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이미 큰 실기를 했다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9월에 금리를 올렸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은은 당시 대내외 불확실성을 얘기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추석을 앞뒀다는 데 있다. 통화정책이 '정치ㆍ사회적 환경'에 휩쓸리면서 김 총재 스스로 이날 강조한 '타이밍 실패'로 돌아온 것이다. 한은으로서는 선진국들이 지금처럼 '양적 완화' 정책을 경쟁적으로 내놓을지 몰랐다고 강변하겠지만 타이밍에 실패한 통화 당국 스스로 자초한 것이라는 해석이 합당하다. 특히 다음달 회의가 G20 정상회의를 마친 이후이고 인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다음달 초 양적 완화책을 발표할 게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인상 카드를 쉽게 내놓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여기에 한은이 12월에 금리를 올리는 일이 많지 않다는 통례를 감안하면 연내 인상이 힘들 수 있다는 관측도 가능하다. ◇중앙은행의 실책…버블 불러오나=문제는 중앙은행의 이런 정책 실패가 버블이라는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우리 경제는 선진국의 양적 완화 속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들어오면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간 괴리가 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채권과 주식 등 금융시장은 외국인 자금 유입 속에서 포화상태를 보이지만 실물은 동행지수 등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하향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약세 속에서 환율의 하향 흐름을 막기도 여의치 않아 수출도 장담할 수 없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제품의 가격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금융과 실물 간 괴리가 이어지면 결국에는 버블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변덕이 심한 외국인 자금은 이 틈을 이용해 대거 빠져나갈 수도 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의 경고처럼 (무엇보다) 중국 자금이 빠져나갈 때 어떻게 이를 받을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G20과 환율전쟁의 파고는 이렇게 우리 경제에 '보이지 않은 손'처럼 치명적인 독을 흩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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