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富의 근원은 '끊임없는 진화'

부의 기원<br>에릭 바인하커 지음, 랜덤하우스 펴냄<br>합리성 중시하는 전통경제학은 구시대적<br>다양한 변수 고려한 '복잡계 경제학'이 대안




탁자 위에 공돈 5,000만원이 있다. 배분금액을 합의하면 가질 수 있는 돈이다. 상대방이 이렇게 '내 몫은 4,999만원, 너는 만원.' 합의할 수 있을까. 십중팔구는 판이 깨진다. 전통경제학의 관점이라면 나의 판단은 비합리적이다. 만원이라도 얻는 게 거부보다는 효율적이니까. 이번에는 다른 측면에서 보자. 부당함을 느끼고 판을 깬 것은 당연하다. 합리성도 중요하지만 공평성과 상호주의도 중요하니까. 여기서 질문을 해보자. 인간을 부자로 만드는 것은 전자일까, 후자일까. 신간 '부의 기원'은 후자라고 답한다. 나의 이익을 희생해서라도 불공정이나 무임승차를 징벌하려는 생각이 개인간 유대와 상호주의, 신뢰의 규범으로 굳어져 부를 형성하고 키웠다는 것이다. 작은 섬나라인 영국이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신생국가 미국이 세계부국으로 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경제학과는 다른 시각이다. 저자 에릭 바인하커는 전통경제학을 맹공한다. '경제전문가'들의 예측이 번번히 빗나가는 이유도 전통경제학의 한계로 본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복잡계 경제학. 복잡계 경제학이란 무엇일까. 우선 저자의 비유를 보자. 쿠바에는 50, 60년된 자동차들이 수리와 재조립을 통해 굴러다닌다. 경제학이 바로 이 꼴이다. 새로운 기술적 진보와 떨어진 채 오래된 이론적 틀을 억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복잡계 경제학이란 새로운 기술이 반영된 신형 차량이다. 간단한 기계적 구동장치만 있는 옛날 차들과 달리 새차에는 전자장비와 바이오기술, 환경친화적 부품으로 가득하다. 가장 중요한 차이는 진화를 반영한다는 점이다. 신형차가 끊임없이 진화하듯 복잡계 경제학도 복제하고 진화한다. 복잡계 경제학은 말 그대로 복잡하다. 경제를 균형으로 보는 전통경제학과 달리 불균형한 상태에서 수많은 행위자와 변수의 상호작용에 따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 복잡계 경제학이기 때문이다. 책은 더욱 더 복잡해 보인다. 전통경제학과 비교는 물론 수학과 물리학ㆍ유전학ㆍ심리학ㆍ컴퓨터공학ㆍ사회과학 이론은 물론 현실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사례와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이론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의 의욕대로 이 책이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시간을 두고 자세히 뜯어보며 읽을 만한 책이다. 복잡계 경제학으로 금융시장을 새롭게 해석하고 좌우 이념대결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는 점도 흥미롭다. 808쪽에 걸친 방대한 자료를 관통하는 메시지와 부의 기원은 끝없는 탐구로 집약될 수 있다. '부는 지식이고, 부의 근원은 바로 진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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