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상 수상자인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76)가 지난 달 26일 취리히에서 스위스경찰에 의해 체포돼 스위스 영창에 갇혀 있다. 폴란스키가 도망자가 된 까닭은 지난 1977년 할리우드에서 활동할 때 저지른 섹스범죄 때문. 그는 그 해 3월 잭 니콜슨의 집에서 모델 지망생인 13세난 사만다 가이머에게 약물을 먹인 뒤 성추행을 한 혐의로 LA카운티 검찰에 기소 됐다. 그리고 폴란스키는 1978년 선고공판 전 날 LA공항을 빠져 나가 프랑스로 도주했다. 폴란스키는 취리히영화제에서 생애업적상을 받으러 갔다가 미법원의 요청으로 스위스 경찰에 의해 공항에서 붙잡혔는데 앞으로 범인인도협정에 의한 미국 추방 문제를 놓고 법정 공방전이 벌어질 것 같다. 궁금한 것은 왜 LA검찰이 이제야 폴란스키를 체포 했느냐는 점이다. 폴란스키는 그 동안 베를린ㆍ비엔나ㆍ프라하 등 유럽 각국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영화와 오페라 연출을 해왔고 또 스위스에는 별장도 있어 매년 몇 달씩 머물곤했다. 이에 대해 LA타임스는 최근 폴란스키의 변호사들이 LA검찰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화근이 됐다고 보도했다. 변호사들이 지난 7월 LA항소법원에 제출한 폴란스키에 대한 소취하 청구서류에서 LA검찰이 폴란스키를 체포할 진지한 의도도 없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힐난했는데 이 것이 검찰의 비위를 뒤틀리게 했다는 것. 일각에서는 폴란스키는 죄값을 치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 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자 중 70%가 폴란스키의 처벌에 찬성했다. 처벌론자들은 오스카상을 받은 유명인사라고 해서 치외법권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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