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 시장이 최악의 국면에서 빠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국의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예상 외로 급증하고, 주택 건설업체들의 체감 경기가 1년만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택 경기의 바닥 탈출 관측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최근의 긍정적인 지표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해 섣부른 바닥 탈출 분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크다. 이에 따라 주택 경기 회복 기대감에 사상 최초로 1만2,000선 고지를 밟은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 지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18일(현지시간) 9월 신규주택 착공건수가 177만2,000채로 전월에 비해 5.9%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인 164만채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착공건수 증가는 지난 5월 이후 4개월만이다. 또 미 주택건설업협회(NABH)는 10월 주택건설지수가 31로 전달에 비해 1포인트 올랐다고 발표했다. 지수가 상승 곡선을 그린 것도 1년만이다. 와코비아의 필립 누하트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금리가 더욱 낮아져 사상 최대 수준인 주택 재고량도 내년 중순께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앨런 그리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전 의장도 최근 "모기지 신청 건수가 급격히 하락한 뒤 안정을 되찾았다"며 "부동산 시장의 최악의 상황은 끝났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미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점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도 여전히 강하다. 리먼 브라더스의 에단 해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내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택 시장이 여전히 조정 국면에 있다"며 "시장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라면 더 긴 고통을 겪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지표로도 뒷받침되고 있다. 신규주택 착공건수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주택착공 허가건수는 9월 161만9,000채로 예상치를 밑돌았을 뿐만 아니라 전달에 비해 9만1,000채나 줄어들었다. 또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최근 올해 주택가격 상승률 예상치를 1.6%로 낮춰 잡았고, 또 올해 기존주택 판매량도 전년 대비 8.9%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주택 경기의 안정 전망 등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다우존스 지수의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우 지수는 18일(현지시간) 장 초반 1만2,049.03까지 치솟아 1만2,000선을 넘어선 후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인 1만1,992.68로 마감했다. 클레이모어증권의 유진 페로니 리서치 팀장은 "증시는 경제가 순조롭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며 "다우 지수가 내년 중에 1만3,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의 라구람 라잔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9%에서 2.7~2.8%로 하향조정하면서 "특히 내년 미국 부동산 경기가 악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