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복제 세계 그린 영화속 궁금증 알아보니… <br>●안견의 '벽안도' 존재는 영화적 상상으로 그린 작품<br>●위조기술·검은거래 진실은 '회음수' 같은 비법은 없어
| '인사동스캔들' 에서 주인공 김래원은 미술품 복원 전문가 이강준 역을 맡아 열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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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인간의 탐욕과 갈등을 묘사한 영화 '인사동스캔들' 중 사설 경매장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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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억원짜리 안견(安堅ㆍ1418~1453)의 '벽안도(碧眼圖)'는 진짜일까. 작품 위조와 화랑가의 검은 거래, 불법 사설 미술품 경매장 여부는 어디까지가 사실일까. 30일 개봉하는 영화 '인사동 스캔들' 속 미술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 해소와 함께 '인사동 스캔들'속의 허구와 현실 사이의 함수 관계를 정리해 봤다.
◇벽안도는 없다=영화는 안견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벽안도'에서 시작한다. 안견이 안평대군(1418~1453)의 꿈을 '몽유도원도(夢遊挑源圖ㆍ일본 텐리대 소장)'로 그려준 데 이어 안견 자신의 꿈을 스스로 그린 것이 벽안도다. 이는 창덕궁 내 연못 부용지를 그린 것으로 안평대군이 왕좌에 오르길 염원하는 안견의 꿈이 담긴 것이라는 영화적 해설이다.
극중 "그림이 전해지지 않다가 후대에 장승업의 일기를 통해 그 존재가 확인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400억원의 가치가 있다고 묘사됐다.
이에 대해 조선회화를 연구한 미술사학자 안휘준 박사는 "신숙주의 문집에 안견의 작품에 대한 기록이 있으나 '벽안도'라는 작품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면서 "또 장승업은 문맹이라 자신의 그림에 글을 적는 것도 다른 이들에게 부탁했었는데 일기로 기록을 남긴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다"고 말했다.
안견의 미술사적 업적 위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졌다는 얘기다. 극중 '벽안도'는 동양화가 이형주 화백이 그렸다.
◇위조는 가능하다= 영화에는 다양한 미술품 복제 방법이 등장한다. 원본 그림이 그려진 원접과, 이것에 찢어지지 않게 뒤에 덧붙인 배접을 떼 내는 '상박'을 거쳐 그림을 배껴내는 방식, 뿌리기만 하면 희미해진 그림이 되살아나는 '회음수' 등 전문 용어가 등장한다.
영화 자문과 함께 배우 김래원에게 복원기술을 지도한 국립현대미술관 작품수복 전문가 차병갑씨는 "원접과 배접을 떼 내는 작업은 복원에 많이 이용되며 이것이 작품 복제(위조)에 악용되기도 한다"면서 "60~70년대에 이 같은 위작이 만들어졌고 일본으로 밀매출 됐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한 "'회음수'처럼 뿌리기만 하면 그림이 살아나는 비법은 없다. 그림에 묵은 때를 벗기는 데는 오래된 먼지가 쓰인다"고 설명했다.
◇미술계의 가려진 그늘=이 외에도 영화는 미술계의 민감한 부분들을 자극한다. 특히 연안부두의 가건물에서 진행되는 사설 경매장은 고미술품과 도난된 장물의 거래처로 등장한다.
북한 작품이나 작고작가의 작품 중 위작 일부를 진품 사이에 끼워 전시한 뒤 파는 '위작 세탁'도 거론된다. 또 미대 교수들이 수상경쟁, 작품 매매에만 열을 올리는 부분, 또 화랑주 배태진(엄정화)이 보여주는 독선과 비리, 작품 딜러와 화가의 부적절한 커넥션, 일본ㆍ중국과의 작품 밀수 등을 다루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미술계를 왜곡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박희곤 감독(39)은 "투캅스가 나왔을 때도 경찰들의 불만이 많지 않았느냐"며 "인사동 스캔들이 미술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장비들은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을 바탕으로 재구성했다"고 밝히고 "상업영화인 만큼 관객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얘기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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