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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39로 내려선 이 수, 박영훈은 패가 생겼을 때 이미 이 수를 보았다고 한다. 초속기의 달인 서능욱9단이 검토실에서 제시한 바로 그것이었다. 흑39는 백에게 46이라는 자충수를 강요하는 교묘한 급소였다. 실전의 47 이하 55에서 보듯이 이젠 수상전은 무조건 흑승이다. 원래 검토실에서는 서능욱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백이 흑대마의 몸통을 삼키고 흑은 백대마의 꼬리만 떼어먹는 예상도가 그려졌다. 그러나 지금 와서는 정반대로 흑이 백대마의 몸통을 삼키고 백은 흑의 꼬리만 떼어먹게 된 것이다. 더욱 딱한 것은 우상귀의 백마저도 아직 산 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백이 계가 바둑을 만들어 보려면 실전보의 56으로는 가에 두어야 하는데 참고도의 흑1로 눈모양을 없애면 이 대마가 살길이 없다. 백2 이하 22로 싸워보아도 흑23이 되고 보면 흑은 살고 분단된 백만 죽는다. 이창호는 졸린 듯한 얼굴로 몇수 더 두어보다가 던졌다. 박영훈은 난생 처음 이창호와 한 판을 두어서 그것을 이겨버렸다. 박영훈은 19세, 이창호는 29세. 165수 이하줄임 흑불계승.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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