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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미국과 재벌

[데스크 칼럼] 미국과 재벌 이용웅 yyong@sed.co.kr 관련기사 • 한·EU FTA협상 시작 • EU, 교육·의료개방 요구 안할듯 • [사설] 막 오른 세계 최대시장 EU와의 FTA • [동십자각] EU는 만만하다? 한ㆍ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하다. 파급효과만 따지고 보면 결코 한미 FTA에 뒤지지 않은 한ㆍEU FTA 협상이 영 시원치 않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이와 관련해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미 FTA는 바로 미국이라는 나라 때문에 논란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반미 감정과 결부돼 경제 논의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크게 작용을 했던 것 같다. 그때와 비교하면 한ㆍEU FTA에 대한 관심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저조한 셈이다.” 한미 FTA가 ‘반미’라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이념논쟁에 휘말리면서 경제가 아닌 정치의 영역으로 내몰려 숱한 논란과 갈등을 유발했지만 사실 FTA라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 논쟁을 이끌었던 주역은 아니었다. ‘친미ㆍ반미’ 논란에 휘말린 탓에 한미 FTA는 그것이 갖는 실질적인 의미는 실종되면서 우리 사회의 이념주의자들이 활약할 수 있는 무대만 제공해준 셈이었다. 한미 FTA에 대한 반대론자들이 FTA 자체에 대한 반대논리를 세우지 않았음은 그들이 중국이나 EU와의 FTA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한 사실만 봐도 분명해진다. 한미 FTA를 줄기차게 반대했던 한 정치인이 중국과의 FTA야 말로 진짜 필요하다고 역설했던 모습을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다. 그 정치인은 “중국이 농업을 빼고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자고 제의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거절했다”고 폭로(?)해 신문 지면을 요란스럽게 장식했던 기억도 새롭다. 한미 FTA의 필요성을 그렇게 강조했던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가 사석에서 “중국과의 FTA는 농업과 중소기업 등 우리 사회의 취약 부문을 더욱 약화시켜 양극화가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던 사실과 맞물려 생각해보면 실소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경험이었다. 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EU는 우리에게 이념적 흥행 요소가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한ㆍEU 협상은 조용하게 진행될 것이고 그것은 협상 관계자들도 안심하는 바이다. 미국이 우리 사회에 갖는 의미는 이처럼 매우 복잡하고 흥행 요소가 크다. 얼마 전 미국 대학 구내에서 총기를 난사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조승희 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우리 사회와 언론은 매우 야릇한 경험을 했다. “조승희 때문에 미국에 반한 감정이 커지는 게 아니냐, 그래서 우리 교민들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다. 총격 사건을 놓고 일부 반미적 성격이 강한 언론 매체들은 처음에는 미국 사회를 꾸짖다가 뒤에 가서는 미국이 반한ㆍ반아시아라는 비이성적인 분위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법석을 떨었다. 그러나 미국 사회가 의외로 조용하고 합리적인 모습으로 흘러가자 ‘관련 논쟁’을 포기했다. ‘반미’만큼이나 우리 사회에 흥행 요소가 강한 대상은 바로 ‘재벌’이다. 우리 사회에서 재벌처럼 미국과 함께 ‘ 미운 정 고운 정’을 한꺼번에 받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재벌은 우리 사회에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구별하는 매우 명쾌한 이념적 화두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얽힌 술집 종업원 폭행사건이 연일 신문지면과 방송시간을 메우고 있는 것을 살펴보면 확실히 ‘재벌’은 ‘미국’만큼이나 우리 사회에서 흥행 요소가 강하다. 폭행사건의 전말보다는 ‘있는 자’가 ‘없는 자’를 폭행했다는 사실이 흥행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추후 진실이 더 드러나게 되면 이번 폭행사건이 ‘실제보다 더 악질적이었다’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은 그다지 큰 흥행 요소가 되지 못할 것이다. ‘미국’과 ‘재벌’을 둘러싸고 진행됐던 과거 경험을 보면 이번 사건 역시 진실게임보다는 이념게임의 영역으로 한참 멀리 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말리기 힘들 것이다. 만약 누구든지 이런 식의 질문을 받으면 짜증나고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너는 도대체 있는 자 편이냐, 없는 자 편이냐.” 입력시간 : 2007/05/0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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