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면상태에 빠진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찾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IPO에 나선 새내기들이 100대1 이상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해빙 기운이 도는 듯하지만 새롭게 공모에 나서겠다는 기업들이 전무한 상태에 있는 등 상당기간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2월 이후 공모절차를 예정한 기업은 유가증권ㆍ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중국계인 CGSIL 1개뿐이다. 지난 1월에 4개사가 공모청약을 실시한 데 비해서는 저조한 실정이다. 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공모 일정을 시작하는 회사들은 예비심사 승인을 위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해야 되기 때문에 2월처럼 결산기 직후는 공모기업이 줄어든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고 해를 넘긴 업체들은 현재 30여개에 달한다. 이들은 즉각 공모절차 진행도 가능하나 대부분 상장시기를 가능한 한 늦추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승인 후 6개월에 더해 6개월 기한연장을 감안하더라도 대부분 상반기 내에 상장해야 한다. 주요 기업 가운데 진로는 오는 3월 말까지, SKC&C나 롯데건설은 5월 초까지 결정해야 하지만 마감시한에 임박해서야 최종 상장 여부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새로 상장의사를 밝힌 예비심사청구 기업도 크게 줄어들었다. 지난해 12월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그네틱스가 예비심사를 청구한 후 거래소 상장위원회는 두달 가까이 개점휴업 상태다. 물론 1월의 공모시장은 유례없이 좋았다는 평가다. 지난달 공모에 나선 메디톡스ㆍ대성파인텍ㆍ유비쿼스ㆍ이수앱지스의 공모주 청약이 모두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에서 공모가가 기대보다 낮게 책정됐다는 불만이 나오면서 향후 공모 희망 기업을 주춤거리게 하고 있는 것도 오히려 IPO시장에는 악재다. 지난달 공모주 활황도 최근 금융시장에 떠도는 단기부동자금이 공모시장에 몰린 일시적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산 자동차 딜러업체인 도이치모터스가 고평가 논란으로 우회상장 첫날인 지난달 30일 하한가로 떨어진 것도 공모시장이 여전히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윤지호 한화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공모시장이 활기를 찾기 위해서는 증시의 변동성이 축소되고 안정세를 찾는 게 우선”이라며 “올해 100여개의 국내외 기업들이 IPO에 나설 것으로 보여 투자기회는 보다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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