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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중국의 한민족
입력2007-01-16 16:25:09
수정
2007.01.16 16:25:09
중국에 이민 온 지 15년째인 중소 수출업체의 M사장은 “최근 한 달간 조선족 친구 자녀의 결혼식 네 곳에 초청을 받아 갔는데 그중 세 명의 배우자가 한족(중국민족)입디다”라면서 조선족의 한민족 정체성이 희미해지는 것 같다고 걱정했다.
“요 몇 년 한족을 선호하는 조선족 젊은이들이 부쩍 늘었어요. 그만큼 민족의식이 희미해지는 거죠. 물론 제 남자친구는 조선족이지만요.” 지린(吉林)성에서 대학을 나와 베이징(北京)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20대 초반의 직장여성 C씨는 멋쩍게 웃으며 달라진 세태를 설명했다.
이 와중에 요즘 중국의 교민 집단 거주지역인 왕징(望京)에서는 교민과 조선족 사이에도 불신이 커지고 있다. 사태는 중국 당국이 올림픽을 앞두고 무허가 식당ㆍ민박업자ㆍ학원ㆍ의원ㆍ출판업자 등에 대한 일제 단속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교민 자영업자들이 대거 적발된 반면, 조선족 무허가 업자들은 거의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교민사회에서는 “조선족들이 교민 경쟁 업자들을 고발하고 있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졌다. 여기에다 중국 당국이 일손 부족을 핑계 대며 “불법영업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에만 단속을 하고 있다”고 해명하고 나서면서 실체는 확인되지 않은 채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이 사실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고발자를 원망하느라 시간을 다 보내서는 곤란하다. 지금은 중국의 산업 구조조정과 올림픽 준비가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한국 교민들이 더 이상 불법과 무허가의 온상 속에서 안주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직시하고 새로운 차원의 생존의 길을 찾는 데 보다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이기 때문이다.
지린성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는 조선족들이 베이징ㆍ상하이 등 대도시로 대거 이주하면서 현지인구가 크게 줄어 “조선족 자치주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지 이미 오래다. 또 중국의 경제력이 막강해짐에 따라 조선족들이 한민족과의 유대감보다는 중국인으로서의 소속감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이래저래 조선족 사회가 한민족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인상이다.
앞으로도 중국의 국력은 더 강해질 것이므로 조선족의 ‘탈(脫)한민족 친중국’ 기류는 한층 빨라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출가한 딸을 대하듯 일정한 거리는 두되 깊은 애정을 갖고 조선족의 변화를 바라봐야 한다.
중국 속의 한국 교민이 50만~60만명까지 늘어나면서 조선족들과 이해관계가 어긋나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고, 따라서 양자간 불신을 피할 수 없게 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불신이 반목으로까지 커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민족 전체의 몫이 될 게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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