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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와 경제논리

새해 초부터 정치권이 부산하다. 4월 총선을 의식하여 내각이 대폭 개편되고 제 1여당은 신장 개업했다. 제 2여당과 야당도 명망가들을 영입하느라 바쁘다. 시민단체들이 국회의원 후보 부적격자들을 공표하고 낙선운동까지 펼 기세다. 이래저래 선거의 열풍이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이런 정치의 계절엔 경제가 으레 정치논리에 휘둘려 왔다. 예전같이 심하지는 않지만 이번에도 그럴 기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경제가 정치논리에 휘둘린다고 말할 때에는 정치논리는 나쁘고 경제논리는 좋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이는 물론 잘못된 전제이다. 정치논리라는 말은 으레 부정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긍정적인 큰 뜻도 엄존한다. 경제논리는 옳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릇된 것도 있다. 지난 2년간 우리 정치는 그전보다 더 서로 물고 헐뜯으면서 끝없는 정쟁에서 헤어날 줄 몰랐다. 여야가 서로 자기네 정치적 입지를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까마귀골의 4류정치」행태를 보여 온 것이다. 이 때문에 국정감사와 예산심의가 깊이있게 다루어지지 못하고 개혁 법안들이 제 때 제대로 만들어지지 못했다. 즉,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부정적으로 쓰이는 정치논리는 이런 도를 지나친 파당적 이해타산을 일컫는다. 그러나 정치논리에는 대승적인 차원도 있다. 그것은 사회정의와 공공선이다. 사회적 불평등이 크고 공익이 위협받을 때 사회정의와 공공선을 세우는 것은 정치의 기본책무이다. 경제논리는 물론 효율을 중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효율만을 앞세워 형평을 도외시하는 것은 그릇된 경제 논리이다. 우리나라는 효율만을 앞세워 1960년대부터 성장제일주의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성장제일주의가 국민복지를 극대화시키는 최적성장이 아니라는 것은 이미 1960년대에 밝혀진 사실이다. 성장제일주의 때문에 대내외 균형과 형평이 깨져 금융위기와 외환위기를 맞은 것이다. 안정과 형평을 갖추면서 효율을 추구하는 것이 참된 경제논리이다. 참된 경제논리는 큰(대승적인) 정치논리와 연결된다. 안정과 형평은 사회정의의 기본전제이기 때문이다. 새 경제팀은 4대부문 개혁의 완수, 안정적 성장기조 유지, 소득분배구조 개선, 생산적 복지체제 구축 등을 경제정책방향으로 밝혔다. 표방하는 방향은 참된 경제논리와 큰 정치논리가 합쳐진 올바른 것이라고 평가된다. 문제는 구체적인 정책수단이다. 정책방향을 옳게 세워도 정책수단을 재량껏 쓰면 결과가 왜곡되기 때문이다. 이런 돌연변이의 가능성을 경제학에서는 「최적정책의 동태적 비일관성」이라고 부른다. 재량정책을 쓰는 그 시점에서 보면 최적인데 지나놓고 보면 최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김대중 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 못지 않게 이런 재량정책의 신기루에 빠져 왔다. 빅딜과 채권시장안정기금이 단적인 예이다. 빅딜을 추진하고 안정기금을 급조하는 당시에는 이것들이 불가피한 정책수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화끈한 약효는 잠깐이고 벌써 정부의 멍에가 되고 있다. 경제팀이 9%대의 장기금리에 집착하는 것도 충정은 이해가 되지만 무모하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의 합이 두 자리수가 된다면 금리를 9%대로 묶는 것이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개혁이나 시장안정을 내세워 정부가 경제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제 지양해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 개혁과 안정을 유인해야 한다. 선거를 의식하여 선심정책을 남발하거나 주식·채권시장을 인위적으로 떠받치는 등 작은 정치논리에 매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예전 정권이 이런 수법을 남용하여 이제 식상한 메뉴가 되었기 때문에 득표에 별 도움도 안된다. 재정적자와 시장왜곡의 부머랭으로 돌아와 경제가 멍드는 부작용은 크다. 참 경제논리는 재량정책의 신기루에 빠지지 말라고 가르치고 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지만 나중에는 충치와 변비가 생긴다는 것이다. 참 경제논리를 따를 때 사회정의와 공공선을 밝히는 큰 정치논리도 지속적으로 관철될 수 있다. 정책방향 뿐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수단도 큰 정치논리와 참 경제논리로 일관성있게 밀고 나가는 것이 새 천년에 정부가 할 일이다. /서울경제 송현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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