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힘만으로 태평양 횡단하는 보트 무한 청정에너지인 파도 추진 장치 탑재…하와이에서 일본까지 7,000km 항해 구본혁기자nbgkoo@sed.co.kr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넓고 푸른 바다는 무궁무진한 청정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는 자연의 보고(寶庫)다. 조력, 조류, 해양온도차 발전 등 많은 해양에너지 중 파도의 상하운동을 이용해 전기로 변환시키는 파력 발전은 에너지 변환 효율이 높아 차세대 대체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파도를 동력원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보트가 제작돼 화물운송 같은 상업적 활용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250일간의 단독 요트 세계 일주에 성공한 일본의 켄이치 호리(66)는 오는 16일 자연친화적인 파도 추진 장치를 탑재한 보트로 하와이에서 일본까지 약 7,000km의 항해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번 항해의 주역은 '선토리 머메이드 2호'로 명명된 3톤짜리 보트. 재활용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된 이 보트는 길이 9.5m에 두께 3mm의 쌍동선인데, 파도 에너지를 흡수해 효율적인 추진력을 확보한다. 즉 이물 바로 밑에 나란히 얹힌 두 개의 수평 키들이 흔들리며 밀려오는 파도에 따라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보트를 앞으로 나가게 한다. 마치 돌고래가 물장구를 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보트의 윗부분에 설치된 8개의 태양 전지판은 560W의 전력을 생산해 항해등과 무선 라디오, 위성전화와 PC 등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디젤엔진 한대와 11m 크기의 돛도 장착돼 있다. 이 보트의 추진 장치를 설계한 일본 도카이 대학의 공학교수인 유타카 테라오 교수는 "일반적으로 파도는 배의 속도를 늦추기 때문에 항해에 부정적인 요인"이라며 "하지만 선토리 머메이드 2호는 파도가 어디에서 몰려오든 관계없이 파도 에너지를 추진력으로 전환한다"고 말한다. 최대 속도가 시속 5노트인 선토리 머메이드 2호의 경우 디젤엔진 보트라면 한 달 정도 걸릴 거리를 두세 달에 걸쳐 항해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다. 이번 항해는 파도 추진 방식이 실제 가능함을 입증해 화물운송 같은 상업적 활용을 위한 개발의 물꼬를 트기 위한 것이다. 켄이치 호리는 "석유는 한정된 자원이지만 파도는 무한정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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