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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10년 세월을 잃지 않으려면

최근 만난 한 기업체 K부장은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할인점에 대규모 일본 기업 관계자들의 단체 여행객이 자주 출몰했던 적이 있다고 회고했다. 그는 “정식으로 매장 투어를 한 게 아니라 관광객이 쇼핑하는 것처럼 다니면서 시장 조사를 많이 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내수불황이 장기간 계속되다 보니 섣불리 신제품 개발에 투자하기 어려워진 일본 기업들, 특히 소비재 업체들이 당시 일본에 비해 내수경기가 성장세를 보였던 한국시장에서 시장 트렌드를 읽고 아이디어를 얻어가기 위한 경영의 일환이었다는 것. K부장은 “요즘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우리도 내수불황이 장기화되다 보면 몇 년 후에 중국 매장에 가서 시장조사를 해야 되는 거 아닐지 모르겠다”면서 “예상이 적중할지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국내 소비재 시장에 신제품 출시보다는 장수 브랜드를 리뉴얼하는 움직임이 더 활발했던 것 같다”고 맞장구를 치고 보니 그의 예감이 실현될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최근 화두가 된 ‘잃어버린 10년’은 지난 90년대 이후 일본 부동산 값이 폭락하면서 경제 전체에 침체를 가져온 데서 나온 얘기지만 이미 국내에서도 실물경기 전반에 ‘일본식 잃어버린 10년’에 대한 우려가 폭넓게 자리잡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일본 경제 전문가인 제임스 아베글렌은 최근 출간한 ‘일본 경영의 힘’이라는 책에서 모든 사람이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한 일본의 지난 10년에 대해 ‘NO’라고 말한다. 아베글렌은 “일본의 과거 10년은 상실의 시기가 아니라 매우 활발하게 보낸 10년이었다. 지난 10년은 일본 기업들이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전략과 구조를 재편하는 데 결정적인 노력을 쏟아 부은 시기이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치켜세웠다. 일본의 지난 10년이 잃어버린 시간이었건, 혹은 수면 아래서 활발하게 무엇인가를 얻어낸 시간이었건 간에 일본은 이미 10년의 터널을 빠져나온 것이 현실이다. 경제구조가 고도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변화하고 있는데다 부동산 거품 논쟁을 겪고 있는 우리로서는 일본식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몇 년 후에 지나간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고 후회하지 않고 경제구조를 성공적으로 재정립하고 미래를 대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 모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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