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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이 곪아간다] 1. 은행 대수술 시급

2차 금융구조조정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국내은행들은 아무것도 준비한 게 없다. 정부는 인위적인 퇴출은 없다고 강조하나 은행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미래를 희생하고 일단 생존을 위한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이 결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은 물론이고 우량은행들마저 수익성이 급속도로 악화되는 등 부실의 수렁으로 함께 빨려들어가고 있다. 재수술을 앞두고 은행의 위기가 오히려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무기력하게 속으로 곪아가고 있는 은행권의 현황을 점검했다. 은행이 다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퇴출과 합병을 거쳐 대우사태가 어느 정도 매듭지어지는 등 외견상 순조롭게 재기의 틀을 잡아가고 있는 듯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10조원 넘게 부실을 떨어냈는데도 올해 역시 제대로 순익을 내는 은행들이 많지 않다. 대형은행들은 애써 「흑자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대우」 하나만 투명한 유리상자에 넣어놓고 봐도 순익을 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시중은행은 여전히 소수에 불과하다. 국민·주택·신한 등 몇몇 우량은행을 제외하고는 지난 2월까지 국제기준에 맞는 보수적인 충당금을 적립할 경우 모두 적자상태다. 은행들의 수익성이 이처럼 악화된 것은 BIS비율을 높이는 동시에 예금자보호제도 축소에 대비하는 과정에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침체돼 있는 상황에서 BIS를 높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후순위채 발행으로 자본을 건실하게 하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워낙 다급해져 급전을 융통한 것에 불과하다. 일부 시중은행은 연12~13%대의 금리로 5~10년물을 해외에서 빌려 이보다 낮은 9~10%의 외채를 갚았다.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뿐 아니라 금리가 지금처럼 안정되면 매년 그만큼의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BIS비율을 높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불안감 때문에 뻔히 알면서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예금자보호제도 축소를 앞두고 은행들끼리 예금을 확보하기 위한 출혈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는 바람에 예대마진은 지난해 초의 4%대에 비해 절반 가까이 떨어져 2%대에 머물고 있다. 프라임레이트(대출에 기준이 되는 우대금리)에 육박하는 예금금리로 청약예금을 1조원 이상 받았지만 정상적인 마진으로 운용할 곳이 없기 때문에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영업을 활성화시켜보려 해도 방법이 별로 없다. 대출을 쓸 기업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나 한국전력 같은 우량기업이 빌린 돈을 상환할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쓸 만한 중소기업들은 모두 벤처시장에 남아도는 자금으로 흥청거리고 있다. 예금자보호제도 축소를 전후해 2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고, 일단은 미래의 수익성을 희생하고 건전성을 높이는 전략이지만 결국 내년 이후 우리 경제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적자금으로 상처를 봉합한 후 오히려 은행들의 내성(耐性)과 자율성은 더욱 떨어진 듯 보인다. 금융계의 「메이저」들이 정부의 지배 아래 들어가 금융당국이 정책의 중심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면 예외없이 함께 흔들린다. 지배구조를 개선해 제대로 된 경영시스템을 갖춰보겠다던 당국의 의지는 1년도 못 가 회의론에 부딪쳤고 다시 또 바꿔보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사외이사들의 반발에 밀려 흐지부지 넘어가고 말았다. 금융계에서는 2차 구조조정의 시기를 앞당기는 게 은행들의 추가부실을 최소화하고 공적자금 투입규모를 줄일 수 있는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결국 은행들은 외환위기로 빚어진 충격과 전방위에 걸친 대수술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깊어진 상처를 감추기에 급급하다. 이러한 상황에 「재수술」을 기다리며 삼엄한 수술대를 쳐다보는 은행들은 무기력하고 지쳐 보인다. 성화용기자SHY@SED.CO.KR 입력시간 2000/03/2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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