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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가까운 교회

벽에 새긴 십자가·야외 예배 가능한 옥상공원 눈길

아파트 단지 한복판에 자리 잡은 가까운 교회는 십자가를 지붕에 설치하는 게 아니라 벽에 새김으로써 오가는 사람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효과를 의도했다.

'가까운 교회'가 자리 잡은 김포 한강신도시에는 아파트가 즐비하다. 좁은 땅덩어리 안에 5만여 가구가 둥지를 틀어 수직으로 우뚝 세워진 건물들이 장관이다. 이곳에 빽빽하게 채워진 아파트 단지들과 아파트 사이로 난 도로, 그 군데군데 위치한 근린생활시설, 학교, 유치원은 잘 정비된 바둑판과 같다. 가까운 교회는 이런 환경에서 건축을 통해 현실 너머 세상과의 소통을 도모하고 있다.

곡선으로 굽이치는 도로의 모서리 땅에 앉은 교회의 입지는 이분화된 파사드를 갖는다. 분절된 여러 겹의 불투명한 콘크리트 외피는 정기적인 기독교 의식이 도로 쪽으로 적나라하게 보이게 하지 않음으로써 겸손한 선교를 의도했다. 도로에 면한 수많은 아파트 거주인들의 생활을 예배로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다. 대신 체육공원 쪽으로 기독교 의식의 퍼포먼스를 열어줌으로써 체육공원의 넓은 부지로 예배당을 확장, 작은 규모의 예배당 의식을 더욱 경건하고 웅장하게 계획했다.

예배당은 성가를 매개로 하는 공간 구성과 시스템을 중심으로 구축됐다. 3개 층을 연속으로 가로지르는 스탠드 구조의 예배당, 도로와 체육공원을 연결하는 열린 로비 공간, 주 예배당의 배면경사를 이용한 소 예배당의 구성을 통해 넓지 않은 부지에서 개방감과 밀도 있는 공간 구성을 성취했다.

이들 공간 사이에서 커뮤니티 홀, 미팅룸, 어린 자녀와 함께하는 예배실, 유스채플 등이 밀접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설계했다. 특히 야외 예배가 가능한 옥상공간은 교회 공동체의 모임은 물론 외부인에게도 열려 있다. 이에 따라 주변 고층 아파트 거주자들을 공간 이동 없이 자연스럽게 기독의식의 관람객으로 끌어들인다.



결론적으로 가까운 교회는 상업주의에 둘러싸인 아파트 공동체의 예배당이자 문화공간이며 공공성을 추구하는 건축을 의도했다. 이 교회 설계자인 곽희수 이뎀건축사사무소 소장은 종교시설이 도시의 공공성을 회복하고 도시 공동체를 이뤄낼 수 있는 도시 프로그램과 건축적 시설이 되기를 기대했다.

한편 대개 지붕 위에 올라앉아 뾰족하게 선 십자가가 이 교회에는 벽에 아로새겨져 있다. 곽희수 건축사는 "숭고미란 높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좁힌 거리감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땅에 내려앉은 십자가가 오가는 사람들과 생명의 이야기를 나누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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