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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시설 은신 관행 줄어드나

警, 엄정한 법집행 의지 내비쳐

조계사 등 '소도' 역할 쉽잖을듯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간 머물렀던 조계사에서 나오면서 범법자들이 종교시설로 숨는 관행이 줄어들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 위원장의 경우 자진퇴거 형식으로 조계사를 나오기는 했지만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경찰의 강경한 의지와 조계사의 퇴거 요청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나왔기 때문이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 위원장을 조계사가 받아들였던 이유는 조계사가 '소도' 역할을 하는 종교시설이기 때문이다. 소도란 삼한시대 천신에게 제사를 지내던 성지를 이르는 말로 죄인이라도 이곳으로 도망오면 잡아가지 못했다.

사회적 약자와 소외자는 이유를 묻지 않고 품는 역할을 하면서 그간 조계사와 명동성당은 경찰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은신처로 활용된 경우가 많았다. 지난 1995년에는 조계사와 명동성당에 한국통신 노조 간부 13명이 피신했으며 1998년에는 현대그룹에서 퇴출당한 현대중기산업 노동자들이 조계사에 은신했다.



그러나 경찰은 공권력을 종교시설 내부에 투입해 이들 모두를 연행했다. 한 위원장을 강제로 연행한 것은 아니지만 경찰은 이번에도 공권력 투입 의사를 밝혔다. 종교시설의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소도 역할을 하게 두지 않겠다는 뜻을 명백히 한 것이다.

경찰의 엄정한 법 집행 의사는 수배자에게 종교시설이 은신처가 되기 어렵다는 학습효과를 남겼다. 특히 한 위원장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조계사의 경우 조계사 신도들이 조계사 결정에 반발하면서 조계사 역시 앞으로 소도 역할을 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조계사의 고위간부였던 한 스님은 "사회적 약자와 소외자를 품는 불교의 특성상 이번 일로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내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조계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부담을 느낄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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