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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 포커스] HSBC·씨티 이어 SC도 구조조정

■ 외국계 은행 잔혹사



SC銀 대규모 희망퇴직 접수 나서

대상자 45% 달해… 철수설도 재부상

"몸집 줄이기 없다"던 행장 약속

글로벌 구조조정 바람에 없던일로


외국계 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지 10여년 만에 잇따라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HSBC와 한국씨티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으로 이어지는 외국계 은행 잔혹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떠밀리듯 해외자본에 팔려 이름을 바꿔 달았던 이들 은행은 매각 초기 '선진금융기법' 도입의 첨병이 될 것이라던 기대와 달리 오히려 현지화 실패로 경쟁에서 도태되는 모양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외국계 은행들의 몸집 줄이기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가장 최근 SC은행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추진하기로 하고 만 40세 이상, 근속 10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오는 27일까지 퇴직 신청을 받는다. 퇴직 대상은 전체 직원의 45%에 이르는 2,500여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SC은행은 지난 2013년 200명, 2011년에도 800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지난해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이 매각됐고 SC금융지주는 은행에 흡수됐다. 그 사이 2003년 409개로 정점을 찍었던 지점 수는 지난해 말 283개로 쪼그라들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C은행은 국내 진출 이후 처음으로 올해 한국인 행장을 선임하고 빌 윈터스 SC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서 철수설을 부인하는 등 가까스로 안정화를 찾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이 실시되면서 또다시 철수설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3년 임기 내에 추가 구조조정은 없다"던 박종복 SC행장의 약속도 결국은 2018년까지 직원 1만5,000명을 감축하겠다는 SC그룹의 글로벌 구조조정 바람 앞에 허언으로 전락했다. SC은행 외에도 HSBC가 지난해 소매금융 부문을 완전히 철수, 기업금융 업무만 보고 있으며 지난해 중순에는 씨티은행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해 650명이 회사를 떠나고 56개 지점이 폐쇄됐다. 현재는 씨티캐피탈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외국계 은행들의 고전은 외환위기 이후 한국 은행 산업의 좌절을 그대로 보여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은행들이 부실의 나락으로 떨어지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조조정 압박이 시작됐고 정부는 당시 국내 1위 은행이던 제일은행 매각을 추진했다. 1999년 사모펀드인 뉴브리지캐피털에 팔린 제일은행은 2005년 SC그룹에 재매각됐다. 지금과 달리 SC그룹 측은 당시 한미은행과 서울은행 인수전에도 관심을 보였을 만큼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정부는 당시 제일은행 매각을 '금융개혁의 결실'이라고 홍보했다. 여기에는 자본조달 경쟁력이 높은 외국계은행의 특성상 도소매금융 시장을 장악할 것이며 담보 능력보다는 미래의 현금 흐름을 활용하는 선진 금융기법의 도입을 통해 금융관행이 혁신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여졌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04년 한미은행도 씨티그룹에 넘어갔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기본적으로는 국내 은행 업황 악화의 영향이 컸다. 2005년 2.81%였던 순이자마진(NIM)은 해마다 떨어져 올 3·4분기 기준 1.56%에 그쳤다. 외국계 은행들 역시 선진기법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보다는 약탈 금리나 고배당 논란만 해마다 일으켰다. 지난해 SC은행이 배당성향 279.3%로 시중은행들 가운데 1위를 차지한 것이 단적인 예다. SC은행은 지난해 1조원이라는 거액의 배당을 하려는 계획이 드러나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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