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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베어스가 지난 2001년 이후 14년 만이자 통산 네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김태형(48) 감독의 지도력이 조명받고 있다.
두산은 지난달 3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13대2로 대승해 4승1패로 시리즈를 마감하고 홈 팬들 앞에서 샴페인을 터뜨렸다.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는 타율 0.571(14타수8안타) 1홈런 5타점을 기록한 외야수 정수빈에게 돌아갔다.
선수들의 헹가래로 하늘을 난 김 감독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라며 "1차전에서 8대9로 역전패했을 때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타자들 감이 좋아 시리즈를 우세하게 끌고 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는데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두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김태형 당시 SK와이번스 코치를 사령탑에 앉혔다. 김 감독은 22년간 선수·코치로 두산에 몸담은 '베어스맨'이었다. 시즌 내내 조용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이끈 김 감독은 정규 시즌을 3위로 마치고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 패권까지 손에 넣었다. 이전까지 준플레이오프가 열린 25차례의 포스트시즌 가운데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른 팀이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른 것은 1992년 롯데자이언츠와 2001년 두산뿐이었다.
또 감독 데뷔 첫 시즌에 한국시리즈 우승의 대업을 이루기는 1983년 해태타이거즈의 김응용, 2005년 삼성의 선동열, 2011년 삼성 류중일 감독 이후 네 번째다. 김 감독은 부임 당시를 떠올리며 "두산베어스다운 야구를 하고 계약기간 2년 동안 평가를 받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전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사실 김 감독은 두산 프런트가 오래전부터 점찍은 미래의 감독 후보였다. 구단의 기대대로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때로는 과감하고 때로는 안정적인 운영으로 시리즈를 조기에 마무리했다. 정규 시즌 부진했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당겨쓰거나 불펜의 불안감을 마무리 이현승에 대한 믿음으로 이겨낸 점이 대표적이다. 김 감독은 1995년 포수로 두산의 전신 OB베어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탠 데 이어 2001년에는 플레잉코치로 팀 우승을 경험했다. 같은 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머쥔 것은 김 감독이 사상 최초다.
한편 두산은 포스트시즌 배당금으로 18억원 정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도박 파문'으로 윤성환·안지만·임창용 3명을 엔트리에서 제외한 탓에 통합 5연패가 좌절된 삼성에는 약 9억원이 돌아간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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