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종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인간은 역사상 가장 중대한 결정을 내리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은 과학을 통해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고, 유기체가 아닌 생명을 만들기 시작할지 모른다. 특히 오늘날의 과학은 우리에게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재설계할 수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경이로운 동시에 무서운 말이다. 요원해 보이지만 성큼 현실이 된 '불편한 진실'의 이야기다. 이스라엘 태생의 역사학자로 현재 예루살렘의 히브리대학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이 같은 말로 책의 첫 장을 열었다.
약 45억 년 전 지구가 탄생했고 생명체는 38억 년 전 무렵 처음 등장했다. 유인원이 나타난 것은 600만 년 전이며 인류는 약 25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했다. 현생 인류의 직접적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은 20만 년 전이다.
지역별로 기후에 맞춰 적응하면서 서로 다른 종들이 생겨났고, 10만 년 전만 해도 지구 상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다. 오늘날 여우,곰,돼지 등 수많은 종이 동시대 지구에 살듯 다른 종이 공존했다.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에렉투스, 호모 솔로엔시스, 호모 데니소바 등이 있었지만 모두 사라지고 변방의 유인원에 불과했던 호모 사피엔스 만이 살아남았다.
어떻게 인간이 유일한 승자가 되었을까? 언어를 사용한 호모사피엔스는 '인지혁명'으로 종교·계급·권력·돈·국가 같은 가상의 실재를 만들어 냈고, 이는 인간만의 독창적 신무기가 됐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우울한 어조의 저자는 "인간이 신을 발명할 때 역사가 시작됐다면 인간이 신이 될 때 역사는 끝장날 것"이라고 말한다. 눈 먼 진화과정을 거친 인류가 공존상생과 행복의 가치를 깨닫고 실천하라고 책은 일깨운다. 2만2,000원.
/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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