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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탑, 다시 서다

균열보수 위해 완전 해체… 명맥 끊겼던 전통기법 사용

석가탑
축조 1,200년 만에 전면 해체수리가 진행중인 불국사 3층석탑 '석가탑'의 복원 모습. /사진제공=국립문화재연구소
석가탑_조선고적도보_1916
1916년 발간된 '조선고적도보'에 실린 불국사 삼층석탑의 모습. /사진제공=문화재청

크레인이 3층 석탑의 맨 위 지붕돌에 해당하는 4t짜리 3층 옥개석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21세기 아사달'인 중요무형문화재보유자 제120호 이의상 석장이 전통기법 그대로 다듬은 옥개석이다. 1,200여 년 전에는 나무를 시옷(ㅅ)자로 엮어 만든 기구인 '이맛대'로 끌어올렸을 테지만 이번에는 중장비가 동원됐다. 당시에는 돌과 돌 사이에 흙을 깔았지만 천년의 풍화를 거치며 빗물에 씻겨 나가는 결점을 보완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특허 출원한 '무기 바인더'(접착을 돕는 무기질 혼합물)를 섞어 깔아 견고함을 더했다. 갈라진 기단 부분을 수리하기 위해 1,200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해체됐던 불국사 3층석탑 '석가탑'(국보 제21호)이 4년 만에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는 순간이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4일 경주시 불국사 내 석가탑 보수 현장에서 탑 복원의 후반 작업인 3층 옥개석 설치를 진행했다. 이제 지붕 위 장식에 해당하는 상륜부만 더 얹으면 탑 주변을 가렸던 가설 덧집도 걷어내게 된다.

742년 신라 경덕왕 때 불국사 창건과 함께 조성돼 백제인 아사달의 설화를 품은 석가탑은 다보탑과 쌍탑을 이룬다. 고려 때는 지진으로, 조선조에는 낙뢰로 수리를 했던 비운의 탑이다. 기구함의 절정은 1966년 도굴 미수 사건이다. 이 때 훼손된 부분을 수리하기 위해 천 년의 속살을 처음 드러낸 석가탑은 '통일신라의 보고(寶庫)'였다. 이 안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을 비롯해 석탑을 고쳐 쌓은 내력을 기록한 '중수문서', 사리 등이 발견돼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에 소장됐고 이듬해 일괄해 국보 제126호로 지정됐다. 당시 발견된 '청동제 비천상'은 연구과정에서 청동이 아닌 '금동제 비천상'이라는 사실이 국보 지정 42년 만에 밝혀지기도 했다.

굴곡진 역사의 석가탑에서 2010년 기단부 균열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34억5,000만원의 사업예산을 들여 탑의 완전 해체 후 보수 사업에 착수했다. 반세기 만에 다시 열린 탑 안에서 더 이상 새로운 유물은 발견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2013년 7월 기단부에서 통일신라의 금동불입상이 발견됐다.

다시 서는 석가탑의 복원에는 그간 명맥이 끊겼던 전통기법이 사용됐고 동시에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신 과학기술이 도입됐다. 갈라졌던 균열을 이은 것은 기존의 '철제 은장(양끝이 둥글게 생긴 일종의 연결 심)'이 아닌 '티타늄 은장'이다. 1950~60년대 복원에 사용됐던 철심이 부식되면서 부피가 커져 오히려 돌을 갈라놓는다는 결점을 보완했다. 탑을 다시 쌓는 데는 전통의 '십(十)자 먹' 축조 방식이 쓰였다.



연구소의 김덕문 건축문화재연구실장은 "먹줄로 열 십자를 그려 중심축을 잡는 '십자먹' 원리는 석탑 축조에서 명맥이 끊겼지만 과거 첨성대의 원통형을 쌓을 때도 쓰인 방식이라 이번에 그 기술을 되찾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복원에서는 탑의 외형대로 쌓기만 했으나 십자먹 원리로 위아래 부재의 중심축을 맞추면 안정성이 훨씬 높아져 흔들림에 더 잘 견딜 수 있다. 김 실장은 "과거의 전통기법과 현대의 과학기술의 조화로 문화재 자체가 가진 구조적, 태생적 결함을 과학적 방법으로 극복했다"라며 "강도 8 이상의 지진이 오지 않는 한 향후 천년은 끄덕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과 연구소는 올해 안에 석가탑 복원 공사를 마치고, 내년 초 불국사가 주최하는 완공행사로 일반에도 그 부활한 모습이 공개될 예정이다.

/경주=조상인기자 ccs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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